[박근혜 대통령 취임]새정부에 재뿌린 국회… 반쪽출범 전날까지 정부조직 입씨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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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도 밥값 못하는 국회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새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둔 24일에도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최대 난제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이관 문제를 놓고 벼랑 끝 대치를 계속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25일 정부조직법을 확정짓지 못한 채 ‘개문(開門) 발차’를 했다. 새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마치지 못하고 출범한 것은 처음이다.

여야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각종 정치 쇄신안을 내놓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올해 들어 두 달 동안 구태만 되풀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계속된 ‘네 탓’ 공방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의 양보안을 수용하라”고 정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 왼쪽은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오른쪽은 변재일 정책위의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의 양보안을 수용하라”고 정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 왼쪽은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오른쪽은 변재일 정책위의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여야는 2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는 데 급급했다. 새누리당이 오후 2시 긴급최고위원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그보다 30분 이른 오후 1시 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22일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여한 6인 협상에 이어 원내수석부대표 협상까지 가졌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23일부터는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쟁점은 방통위가 담당하는 방송 광고, 인터넷TV(IPTV), 뉴미디어의 인허가 등의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 이관하는 문제다. 새누리당은 미디어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핵심이 되는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원안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방송광고 등 실질적인 규제를 담당하는 기능을 이관하는 것은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을 해친다고 판단해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방통위의 역할과 관련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야당이 비보도 방송 부문을 미래부로 이관함으로써 통신과 융합해 관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새누리당은 추가적으로 방통위가 독립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를 종전처럼 입법 권한을 갖는 행정기관으로 격상하되 방송정책 총괄은 미래부에 두는 것을 수용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방통위 권한을 중앙행정기관에서 일반행정위원회로 격을 낮춘 원안을 수정한 것이다. 당초 인수위 원안은 정책 기능은 모두 미래부로 넘어가고, 방통위는 미래부에서 결정한 사항을 단순히 집행하는 기능만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황 대표는 또 “방통위 소관 사항에 대해 미래부 장관과 공동으로 법령 제·개정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등 방송광고 판매 부문도 규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통위 귀속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황 대표의 제안 40분 뒤 브리핑을 갖고 “보도뿐 아니라 모든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공익성을 지켜야 한다”며 “비보도 방송 부문을 미래부로 보내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가 현재도 중앙행정기관이고, 이미 방송광고정책을 갖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나머지 제안을 일축했다. 우 수석부대표는 오히려 “쌀 관세, 자유무역협정(FTA)을 다룰 통상기구의 독립에 대한 황 대표의 답을 요구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 정치 쇄신은 구호일 뿐?

이처럼 새 정부 출범을 뒷받침할 제도를 정비해야 할 2월 임시국회는 아무 소득 없이 저물어 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오히려 국회가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만 해도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26일로 미뤄진 데다, 청문회를 시작조차 못한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중 일부는 낙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국무위원 진용이 제자리를 찾는 데 얼마나 많은 기간이 소요될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미 여야는 1월 임시국회를 공친 상태다.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여부, 여야와 노사정(2+3) 협의체 구성 방식을 놓고 입씨름만 벌이다 끝이 났다. 2월 임시국회가 자동 소집됐지만 1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던 ‘국회의원 겸직 금지’, ‘국회 폭력 방지’ 등의 정치 쇄신안도 물 건너갔다. ‘쪽지 예산’이 문제가 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 전환 문제,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제(이른바 의원연금) 폐지 등은 여전히 논의가 난망한 상태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대선 때의 정치쇄신이니 정치개혁이니 하는 구호는 말 그대로 구호가 되고 있다” “과거와 다를 바 없는 ‘불임(不姙)’ 국회”란 말들이 나온다.

민동용·길진균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황우여#박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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