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시장 농협공판장에서는 상인, 주부 등이 남녘에서 올라온 봄동 15kg들이 700상자를 서둘러 사갔다. 이날 봄동은 평균 상자당 1만5000원 정도에 팔렸다. 임윤빈 경매사(53)는 “겨우내 먹던 김장김치에 식상한 분들이 봄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봄동을 주로 사간다”며 “봄동 99%가 진도·해남군 등 전남에서 올라온다”고 말했다.
봄동은 잎이 옆으로 퍼진 배추를 가리킨다. 봄에 피는 김치 꽃순을 ‘동’이라고 부른 것을 감안하면 봄동은 봄배추를 가리킨다는 해석도 나온다. 예전에는 ‘조선(옛날)배추’라고도 불렀는데 요즘은 다양한 종자를 이용한다.
이날 오전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밭에서는 동네 여성 30여 명이 봄동 수확에 한창이었다. 봄동을 뽑고 있던 김모 할머니(72)는 “봄동은 밭에 씨앗만 뿌려놓으면 겨우내 눈과 비, 해풍을 이겨내며 자란다”며 “나른한 초봄에 강한 생명력을 가진 봄동이 입맛을 돋우는 데 딱 좋다”고 말했다.
봄동은 연하고 달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며 향이 진하다. 사각거리며 씹히는 맛이 좋아 봄에 입맛을 돋우는 겉절이, 쌈으로 즐겨 먹는다. 비타민C와 칼슘이 풍부해 국으로 끓여도 비타민이 덜 손상된다. 섬유질이 많아 변비,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봄맛의 전령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전남지역 봄동 재배지는 진도 201ha, 해남 30ha, 완도 5ha, 신안 2ha 등 총 238ha다. 진도에서 전국 봄동의 80% 정도가 생산되고 있다. 봄동 재배지는 해풍이 불고 겨울에도 영하 3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곳이 적합하다. 최근에는 봄동을 11월부터 수확하기 시작해 다음 해 3월까지 이어간다. 몇 년 새 한파가 심해지면서 재배지가 점점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41년째 봄동 농사를 짓고 있는 박윤 씨(57·진도군 군내면)는 “추위에 자라는 봄동은 해충이 없어 농약을 뿌리지 않는다”며 “90일가량 키우며 잎이 너무 퍼지지 않아 보기 좋은 것이 상품”이라고 말했다.
봄동 요리법은 지역마다 다르다. 진도읍 신호등식당을 운영하는 신옥화 사장은 “진도에서는 봄동 겉절이를 된장, 고추장, 식초에 버무리지만 서울은 젓갈이나 김치 양념으로 버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각 지방, 가정마다 봄동 요리법은 특색이 있지만 봄동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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