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생산라인에서 하얀색의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가 마무리 공정을 마치고 공장 밖으로 나오자 이기상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환경기술센터장을 비롯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팀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 자동차업체 가운데 현대차가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갖췄다는 것은 더이상 연구소에서 개발 단계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자동차산업 반세기 만에 이룬 쾌거였다.
○ 세계 최초 양산 성공
현대차는 이날 울산공장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생산공장에서 박맹우 울산시장과 김억조 현대차 부회장, 지식경제부 및 국토해양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 기념식’을 가졌다. 현대차는 이달 말부터 울산공장 수소연료전지차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해 이곳에서 생산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4월 덴마크 코펜하겐 시에 15대, 스웨덴 스코네 시에 2대 등 유럽의 정부기관과 관공서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성공은 2015년 이후에나 양산에 도전하는 독일의 다임러벤츠그룹이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에 비해 최소 2, 3년 앞선다. 경쟁자들보다 먼저 첫발을 뗀 만큼 2015년까지 주요 타깃 시장인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1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5년 이후에는 일반 소비자용으로도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
세계 자동차업계 구루로 불리는 디터 체체 다임러벤츠 회장이 지난해 파리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자신들을 제치고 수소연료전지차 양산화를 선언하자 “자동차는 휴대전화가 아니다”라며 자존심 상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세계 자동차업계는 전기차에 이어 수소연료전지차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 스택 개발 등 독자 기술력 부족과 양산 수소연료전지차 생산기술 확보의 어려움으로 지금까지 양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김세훈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환경기술센터 연료전지개발팀 연구원은 “하이브리드의 경우 일본 도요타가 1997년 세계 최초로 ‘프리우스’를 양산하며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수소연료전지차도 양산을 통한 기술 선도가 미래 시장 선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첫 테이프를 끊은 만큼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설명했다.
○ 성능·연비도 세계 최고 수준
현재 친환경차 시장은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수소연료전지차는 기존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개념부터 다른 신개념 미래형 친환경차다. 연료로 수소를 주입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로 차가 달리는 원리다.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완전 무공해 차량이기 때문에 석유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넘어서는 궁극적인 미래 자동차로 불린다.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도전한 것은 1998년이다. 당시 미국 업체와 기술 제휴해 2000년 11월 ‘싼타페’를 기반으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막대한 로열티를 줘가며 담보된 성공 대신에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독자기술로 만든 수소연료전지차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2006년 독자기술로 완성된 현대차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2007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차 경주대회인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서 환경평가 전 부문 최고 등급을 받았고 2008년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또 2011년 10월에는 유럽연합(EU)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운행 사업에 단독 선정됐다. 이후 덴마크 코펜하겐, 노르웨이, 스웨덴 등 해외 여러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경쟁 입찰에서도 승전고를 울렸다.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 모터쇼에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가 벤츠, 볼보, 보쉬 등 글로벌 업체들을 제치고 미래의 차를 상징하는 ‘2013 퓨처오토 어워드’ 1위에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94km 주행이 가능하다. 1회 충전으로 100∼150km를 갈 수 있는 전기차보다 장거리 운행에 유리한 셈이다.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하면 L당 27.8km를 달릴 수 있다. 길 위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연료전지차 개발을 이끌고 있는 임태원 연료전지개발실장(상무)은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친환경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데다 친환경차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어서 시장 전망도 밝다”며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로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만의 앞선 친환경차 기술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 2018년경 새 일자리 9000개 창출
양산 체제를 갖춘 것은 해외 시장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내수 기반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국내에 수소충전소는 현대차가 경기 용인과 화성, 울산에 세운 700기압 충전소 3곳을 비롯해 전국에 13개가 운영되고 있다.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울산까지 주행이 가능하지만 보급 확대를 위해선 충전소 인프라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주장이다. 독일의 경우 2015년까지 100기의 수소충전소 구축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68기의 수소충전소 구축 로드맵을 세워놓은 상태다. 김 연구원은 “기존 정부에서는 전기차 위주로 친환경차 지원책이 마련돼 수소연료전지차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정부와 에너지회사들이 수소충전소 인프라 확충에 좀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기술의 집약체인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120여 개의 국내 부품사들이 동행해줬기에 가능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차가 확대되는 2018년경 9000개의 신규 일자리와 1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김억조 현대차 부회장은 “앞으로 독자기술 경쟁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인 친환경차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