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X파일’ 팀의 김군래 PD가 냉면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수육이랑 해서…. 아참, 근데 수육은 못 먹을지도 몰라요.” 김 PD는 원래 쇠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적어도 1월까지는 확실히 그랬다.
김 PD는 지난해 여름 ‘죽은 소가 유통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지방의 한 도축장에서 죽은 소를 몰래 가져가 식용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한달음에 내려간 김 PD 일행은 도축장 앞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때는 8월이었지만 김 PD 일행은 에어컨을 가동하기는커녕 문조차 열 수 없었다. 2∼3일간 잠자코 차 안에 있었다. 비가 내려도, 찜통더위가 엄습해도. 에어컨 하나 틀자고 발각의 위험이 있는 시동을 걸 순 없었다. 창문을 열면 모기떼가 밀려들어왔다. “왜 (취재) 아이템은 여름에 많은지….”
결과는 허탕. 도축장 주변을 헤매며 일주일을 매달렸지만 성과는 없었다. 우시장과 농가를 돌며 다른 정황이 없는지 추가 취재를 했다. 병에 걸려 ‘주저앉는 소’에 대한 밀도축이 이뤄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전국의 농가 70여 곳에 전화를 돌렸다. “그런 소를 전문적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 전화벨은 반년이 지나도록 울리지 않았다. 찜통더위가 잊히고 영하 10도의 맹추위가 엄습한 겨울날에야 올 것이 왔다. “주저앉는 소, 밀도축을 한답니다.”
김 PD 일행은 현장으로 급히 내려가 ‘업자’를 만났다. 그가 “내일 도축할 녀석”이라며 먼저 보여준 ‘앉은뱅이 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업자는 “이런 걸 뭣 하러 보려고 하느냐”며 도축 장소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 다음 날 오전 6시부터 전화로 업자를 찾았다. “분명 만나기로 해 놓고선 이 사람이….” 겨우 연결된 업자는 이미 축사에 도착해 있었다. 다행히 제작진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주저앉는 소는 마리당 단돈 30만 원에 거래됩니다. 유통업자 입장에서 확 당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업자분이 그러더라고요. ‘갈비만 팔아도 30만 원 넘게 뽑을 수 있다’고.”
현장은 농가의 축사 한쪽이었다. 김 PD는 밀도축 장면을 끝까지 지켜봤다. “정식 도축장이 아니니 전통 방식대로 망치와 도끼를 썼죠. 여러 번 가격해 소의 숨줄을 끊었어요. 도축 직전 소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어요. 특히 평생 사람을 위해 우유를 공급한 뒤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처참한 최후를 맞은 젖소의 눈망울은 더욱 슬펐어요. 살아있는 친구 소들도 도축 장면을 보고 있었고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고기를 먹어야 하나.’”
그날 마침 팀 저녁 회식이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부랴부랴 상경한 김 PD는 식탁을 보자 가슴이 철렁했다. “만날 삼겹살만 먹었는데 그날따라 메뉴가 쇠고기더군요.” 배가 고파 먹긴 했지만 낮에 본 소에 대한 미안함에 고기 맛이 평소 같지 않더란다. 김 PD는 그 뒤로 피할 수 없는 자리가 아니면 자청해서 고기를 먹으러 가는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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