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다음 달 24일 열리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측근을 통해 밝혔다. 지난해 12월 1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지 80여 일 만인 10일경 귀국해 보선 출마선언과 함께 자신의 정치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그가 직접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본격적인 정치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안 전 교수는 출마선언을 막판까지 미루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출마선언 뒤에는 지루한 단일화 협상으로 제대로 검증해볼 기회를 놓치게 했다. ‘새 정치’를 하겠다면서도 낡은 방식의 후보단일화 게임을 벌였다. 후보직을 내놓은 뒤엔 등 떠밀려 문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해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 시비도 낳았다. 개표함이 열리기도 전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안철수 현상’을 낳았지만 그의 행보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노원병 보선 출마선언은 5년 후 대선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을 꿈꿨던 안 전 교수가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국민의 평가는 엇갈리는 것 같다.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사람이 무슨 보궐선거 참여냐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이참에 정치인으로서 제대로 수련을 받으라는 주문도 없지 않다.
안 전 교수가 고향인 부산에서 출마하지 않고 서울에 출사표를 낸 것은 양면성이 있다. 중앙정치에 정면 도전하는 것으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참패한 정동영 씨가 서울 대신 자신의 고향인 전북 전주 출마를 고집해 비난을 받은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부산 영도의 경우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김무성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높아 부산보다 야권 지지가 높은 노원병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전 교수의 보선 출마선언은 현재의 정치권 판도를 다시 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있다. 안 전 교수는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정치인으로서 스스로의 자질을 평가해보기 바란다. 그가 대선 때 후보가 되지 못한 것은 국정 경험이 없어 유권자들이 불안감을 느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교수를 하다가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대선 막판에 나타나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보다 국회의원으로 의정 경험을 쌓고 제대로 평가를 받아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순서다.
신당 창당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그가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만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리 정치사에선 신당 창당이 성공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엔 단일화 프레임에 얽매이거나 ‘의원 빼내오기’로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지 말고 진정한 새 정치를 해야만 안철수 정치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안 전 교수는 이제 ‘진짜 정치인’의 출발선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