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2.6건, 하루 평균 약 62.8건. 지난해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 사건 발생 건수는 모두 2만2935건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성폭력 사건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여성을 성적 농락의 대상으로 삼는 일부 일탈 남성은 물리적 힘과 사회적 지위 등 ‘권력의 우위’를 무기로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1980년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주인공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의 대사 ‘강간의 왕국’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친권(親權)’을 성폭행 도구로… ‘악마’ 아버지
친딸을 3년 동안 성노리개로 삼아온 최모 씨(56)는 친권을 성폭력 수단으로 삼았다. 그는 1998년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 딸을 데리고 살았다. 수시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 아들이 가출하자 어린 딸만 혼자 남았다. 그는 2009년 5월부터 올 1월까지 3년여 동안 매주 두세 차례 딸을 성폭행했다. 거부하는 딸을 마구 때리거나 식칼을 목에 대며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성폭행 때 쓸 콘돔을 집으로 주문하기까지 했다. 최 씨는 평소 일본 성인만화를 즐겨 보고 게임에 빠진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를 구속한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딸이 겁에 질려 아버지의 성폭행을 외부에 알리지 못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지 활동가는 “친족 간 성폭력은 피해자를 소유물로 여겨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내 딸을 내 맘대로 한다’는 아버지도 있다”고 말했다.
○ ‘직장 내 권력’을 성폭력 수단으로
권력 관계도 성폭력 수단으로 악용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미용실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명 헤어디자이너인 박준(본명 박남식·62) 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의 비서였던 A 씨는 지난해부터 박 씨에게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미용실 건물에서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1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다른 직원 3명도 박 씨가 강제로 몸을 더듬었다고 고소했다. 영장실질심사는 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박 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소 내용 상당부분이 허위 또는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 ‘사회적 지위와 전문지식’을 악용해… ‘약물’ 성형의
성형외과 의사 김모 씨(35)는 클럽이나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여성들에게 의사란 점을 내세워 접근했다. 그는 여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수면유도제를 몰래 술에 타 먹이고 성폭행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는 김 씨를 구속 기속했다고 4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10일 오전 3시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만난 여성 B 씨(33)를 집에 데리고 간 뒤 양주와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음료를 섞었고, 여자 술잔에만 수면유도제를 몰래 넣었다. 김 씨는 B 씨가 약과 술기운에 취해 잠들자 성폭행했다. 술과 함께 수면유도제를 쓰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성폭행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만난 C 씨(33·여)를 집으로 초대해 와인에 수면유도제를 몰래 타 마시게 한 뒤 성폭행했다.
○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물리적 폭력’… ‘엽기’ 배달원
가구점 배달원 정모 씨(29)는 지난달 23일 서울 광진구의 반지하 원룸에 사는 피해자 김모 씨(24·여) 집을 찾아가 가스검침원을 사칭해 문을 열게 한 뒤 성폭행했다. 피해여성이 범행 후 곧장 신고할 수 없도록 인터넷에서 보고 미리 구입해 간 동물마취제를 주사기로 피해자 엉덩이에 놓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는 가구 배달을 다니며 여성 혼자 사는 집을 알아낸 뒤 범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 씨 집에서 음란물이 저장된 컴퓨터와 다른 여성의 신분증, 속옷을 발견해 출처 및 여죄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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