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미래부 못 물러서”… 문희상 “입법부 무시”
朴내각 핵심 김종훈, 정치권 비판하며 사퇴
청와대-민주 극한 대치로 타협 가능성 축소
대한민국이 총체적인 정치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야당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며 맹공을 퍼부었고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입법권과 법률을 무시하면서 새 정부가 국민행복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삿대질만 난무했다.
여권과 야당이 국민을 볼모로 ‘배수진의 정치’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 인선의 화룡점정으로 꼽힌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했다. ‘대한민국은 인재도 잃고, 정치도 잃었다’는 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미래부 신설은) 저의 신념이자 국정철학이고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라며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야당과 타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과거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 논쟁으로 이 문제를 묶어 놓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야 간 협상을 ‘본질과 관계없는 논쟁’이라고 못을 박음으로써 협상 타결을 오히려 차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국회 회기가 내일까지인데 그때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지 1시간 반 뒤 이번에는 문 비대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비대위원장은 “청와대의 최근 행태는 야당을 무시하고 여당조차 무시하고 있다. 입법부를 시녀화하려는 시도”라며 “여야가 한참 장기를 두고 있는데 훈수를 두던 대통령이 장기판을 엎으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태도를 ‘오만과 독선의 일방통행’이라고 비난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국민’을 앞세웠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피해’를, 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동의’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강 대 강’의 비타협 정치 속에서 민생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발등의 불은 수출경쟁력이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정부조직 개편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어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놓은 상태다. 그 사이 올 1, 2월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6%에 그쳤다. 내치(內治)도 구멍투성이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뒤 헌재소장 공백 기간은 43일째다. 검찰총장 권한대행 체제도 석 달 가까이 지속돼 ‘사정(司正) 공백’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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