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5일 서울지방국세청 압수수색은 뇌물수수 혐의 액수가 3억 원대에 달하는 거액이고 간부들에게 상납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그동안 꾸준히 자정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서울청 직원들의 비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또다시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세무당국의 신뢰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신중히 수사하되 불법이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칙 대응할 방침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비리 혐의 세무 공무원들이 “대가성이 없는 금전거래였다”고 부인하고 있어 부당하게 편의를 봐준 단서를 찾기 위해 실시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금품이 오간 것으로 보이는 시기에 세무조사가 실제 이뤄졌는지, 조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당 기업의 편의를 봐줬는지를 집중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날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 종일 술렁였다. 서울청의 한 직원은 “직원 몇 명이 뇌물수수 건으로 수사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경찰이 압수수색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당황한 표정이었다. 경찰은 세무조사 자료가 국가기관 자료로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없어 임의제출 방식으로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정보 관련 자료라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열람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세청은 수사의 칼날이 당시 과장 국장 등 간부급까지 겨누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를 받은 직원이 뇌물 일부를 간부들에게 상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내부의 충격이 더 큰 상황이다. 당시 서울청 조사국 핵심 간부는 현재 퇴직했으며 경찰 수사와 국세청 내부 확인 과정에서 “부정한 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내부에선 이번 수사가 고액현금거래자료(CTR) 열람권을 둘러싼 금융위원회와의 힘겨루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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