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17일 장관 후보로 지명된 직후부터 각종 루머와 논란에 시달렸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은 것은 국적 논란이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명 직후 “사실상 미국인인 김 후보자가 국내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 전 후보자가 “한국을 위해 일하기로 한 만큼 한국인이 되겠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진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통상 국적 회복에 5개월가량 걸리지만 김 전 후보자는 6일 만에 마무리한 점을 들어 ‘초고속 국적 회복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음 날부터는 미 중앙정보국(CIA) 연루설이 도마에 올랐다. 1999년 CIA의 벤처투자회사인 인큐텔 설립에 참여해 이사직을 맡았고, 2009년에는 CIA 자문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김 후보자는 1999년 인큐텔 이사부터 2009년 CIA 자문위원 참여까지 CIA와 관련된 일을 계속 해온 것”이라며 “미국에 깊은 애국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가 장관에 취임하면 한미 간 국익이 충돌할 때 어떤 입장일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후보자는 “CIA 자문위원 경력이 한국에서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결격 사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때부터 정치권의 문제 제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가족과 관련된 루머에 특히 괴로워했다. 처남인 정크리스토퍼영 씨가 운영하는 키스톤글로벌이 김 전 후보자의 지명 사실을 미리 알고 유상증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강남에 수백억 원대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논란도 나왔다. 무엇보다 부인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소유한 빌딩에 성매매업소가 세 들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김 전 후보자의 감정이 크게 흔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후보자가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미 해군 복무 경력에 대해서도 “진정한 한국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폄하하는 시각도 있었다. 급기야 김 전 후보자가 미국 벨연구소 사장에 선임된 데 대해 “취임 후 큰 업적이 없었다”며 헐뜯는 얘기도, 그가 미국 벨연구소 사장 시절 한국에 세운 서울 벨연구소의 연구 실적이 저조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논란 중에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적지 않았다. ‘카더라’ 수준의 소문이었지만 “미국 이민사회에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는 말이 더해지며 소문은 확산됐다. 이 같은 루머 가운데 일부는 김 전 후보자가 사퇴한 뒤에도 ‘사퇴의 진짜 이유’로 포장돼 계속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김 전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이 같은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이후엔 여러 의혹에도 공식 해명자료를 내지 않았다. 청문회 준비팀에 소명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하지도 않았다. 그는 1일 청문회에 대비해 예상 질의응답 연습이 예정돼 있었으나 “그런 것 말고 창조경제 얘기를 하자”며 일정을 바꾸기도 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김 후보자를 ‘벤처의 히딩크’로 여겼는데 이렇게 쫓아낸다면 앞으로 무슨 희망을 가지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필요하다는 것을 제공하고라도 모셔야 할 인재를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몰아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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