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천안함 유족의 한마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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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강금옥 씨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아들 고(故) 임재엽 중사의 비석을 닦고 있다. 강 씨의 요청에 따라 옆모습을 촬영했다. 대전=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2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강금옥 씨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아들 고(故) 임재엽 중사의 비석을 닦고 있다. 강 씨의 요청에 따라 옆모습을 촬영했다. 대전=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故 방일민 중사 아버지 방광혁 씨(61)


아빠는 요즘 낚시터에 자주 가. 거기 가면 혼자 실컷 울 수 있거든. 너 어릴 때 그 낚시터에 많이 데리고 다녔는데…. 이제는 아빠 혼자서 울고 있구나.

故 이재민 하사 아버지 이기섭 씨(54)

재민이가 혼자 외롭게 있진 않을 테니까…. 젊은 청춘 46명과 함께 잘 지내고 있을 거니까…. 그걸 그나마 위안으로 삼으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故 강준 상사 아버지 강현찬 씨(66)

잘해주지 못해서, 잘 가르치지 못해서, 배부르게 먹이지 못해서 지금도 아버지가 많이 미안해. 잊혀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아빠가 너무 미안해.

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 씨(70)

평기를 만나면 용서를 빌 거예요. ‘잘 입히지도, 잘 먹이지도 못한 어미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요. 평기는 다시는 꽃다운 사람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걸 전하고 떠났어요. 그걸 꼭 기억해주세요.

故 박정훈 병장 아버지 박대석 씨(54)

정훈아 네 방은 아직 그대로 있다. 아버지는 이제 힘든 티도 안 내고 잘 참고 잘 이겨내고 있어. 아들, 잘 지내지? 잘 있는 거지?

故 강태민 상병 아버지 강영식 씨(53)

아들에게 남길 말요? 없어요. 태민이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거 같아요. 그때 못한 말을 다 할 겁니다. 아직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못 믿겠어요.

故 서대호 중사 아버지 서영희 씨(57)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발 국가가 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호도 무엇보다 그걸 바랄 겁니다.

故 이상준 중사 어머니 김이영 씨(57)

상준아, 내 마음속에는 지금도 네가 살아 있어. 또다시 3월이 되니까 엄마는 또 가슴이 불안하게 쿵쾅거린다. 우리 새끼, 내 새끼…. 하늘에서 꼭 만나자.

故 심영빈 중사 아버지 심대일 씨(64)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 게 자연스러운 건데 그 자연스러움이 왜 이리 가슴 아플까요.

故 장진선 중사 아버지 장만수 씨(55)

진선이는 부모에게 뭘 그렇게 잘해주겠다고 돈 한번 마음껏 써보지 못하고 아끼고 살다 갔을까요. 아직 아들 시신도 찾지 못했습니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죠?

故 차균석 중사 아버지 차상률 씨(51)

균석이 미니홈피에 자주 들어가서 오늘은 누가 들어왔나 봐요. 언제부터인가 들어오는 이가 없네요. 이렇게 잊혀지나 봅니다.

故 손수민 중사 아버지 손강열 씨(56)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잊는 게 당연하겠죠. 그런데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국가 안보의 소중함까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故 서승원 중사 어머니 남봉임 씨(46)

일주일에 한 번씩 묘비라도 한 번 어루만지고 와야 버틸 수가 있어요. 그때 군대에 못 가게 잡을 걸…. 너무 어린 나이에 널 군대에 보내서 엄마가 너무 미안해.

故 신선준 상사 아버지 신국현 씨(62)

어떻게든 아들 생각을 안 하려고 합니다. 지금쯤 좋은 곳으로 갔겠죠? 갖은 애를 써봐도 아들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故 박석원 상사 아버지 박병규 씨(57)

잊혀지는 것보다 가슴 아픈 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의 진실을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안보에는 진보와 보수도, 여야도, 지역감정도 없어야 합니다.

故 박보람 중사 어머니 박명이 씨(51)

혹시나 전화가 오지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보람이 전화를 기다립니다. 아들 번호로 전화를 해보고 싶지만 겁이 나요. 보람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으면 어떡해요. 그걸 확인하고 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릴 거 같아요.

故 김선명 병장 아버지 김호엽 씨(53)

죽어라 일하면서 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요. 얘기해서 뭐 하겠습니까…. 그저 잊혀지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故 김태석 원사 아내 이수정 씨(39)

나도 그 사람도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요. 여보, 더이상 아무 일 없게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도와주세요.

故 이상희 하사 아버지 이성우 씨(52)

아직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내 앞에서…. 멱살이라도 잡고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아무런 대응도 할 수가 없어요. 혹시라도 내가 먼저 간 아이들 명예에 먹칠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故 나현민 상병 아버지 나재봉 씨(55)

해군 간다고 했을 때 조금 더 말렸더라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묻더라. “이제 3년 됐으니 좀 괜찮겠네요”라고.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이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어떻게 괜찮아질 수가 있겠어.

故 남기훈 원사 아내 지영신 씨(38)

잊혀지는 건 어쩔 수 없겠죠. 그래도 아주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故 정범구 병장 어머니 심복섭 씨(51)

어떤 사건이든 잊혀져요. 잊혀지는 건 문제가 아니에요. 아직도 잘못 알려지고 있다는 게 문제죠. 아무것도 물어보지 마세요. 이렇게 얘기하면서 슬퍼지는 거 원치 않습니다.

故 문영욱 중사 외삼촌 문상희 씨(59)

영욱아. 아직도 마음이 착잡하구나. 여기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잘 지킬 거니까 넌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라.

故 정태준 일병 여동생 정주희 씨(21)

오빠, 더이상 힘들어하지 마. 오빠는 하늘에서 그냥 편하게 쉬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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