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세계적인 명문 구단 FC 바르셀로나(바르사)가 4일(현지 시간) 114년 팀 역사상 처음으로 7월부터 유니폼에 상업 광고를 부착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기자회견장에 있던 한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바르사는 카타르항공과 2016년까지 연간 4500만 달러(약 490억 원)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바르사 선수들은 7월부터 카타르항공 로고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뛴다.
이 질문에 산드로 로세 바르사 회장은 “오늘은 팀 역사상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조합원의 90%가 이 결정에 찬성했다”고 답했다. 바르사는 17만여 명의 조합원이 모인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1주 1표인 주식회사와 달리 1인 1표 방식으로 구단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바르사의 조합원들은 구단 출범 초기부터 구단 유니폼에 영리법인의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축구를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바르사의 높은 이상이 구현된 결과였다. 유니폼에 기업 광고를 싣지 않는 것은 바르사의 오래된 전통이자 자부심이었다. 이번 계약을 둘러싸고 ‘슬픈 날’이냐고 물은 것은 이런 오랜 전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던 것이다.
바르사는 2006년 처음으로 유니폼에 유니세프(UNICEF) 광고를 달았지만 유니세프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오히려 팀 전체 수익의 0.7%를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당시 바르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환자를 돕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자부심만으로는 몸값이 1600만 유로(약 228억 원)인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604만 유로(약 86억 원)에 달하는 축구팀을 꾸려갈 수는 없었다. 현 집행부가 선출된 2010년 바르사는 4억4200만 유로(약 6300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르사는 2010년 카타르의 오일 머니를 받아들였다. 5년 동안 1억5000만 유로(약 2140억 원)를 받는 대신 유니폼에는 스포츠 및 각종 사회 공헌 사업을 해온 ‘카타르재단’ 로고를 달았다. 이는 바르사의 적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번 계약은 바르사의 유니폼에서 ‘카타르재단’ 대신 ‘카타르항공’으로 후원사 명칭을 바꾸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카타르재단’과 ‘카타르항공’은 모두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세웠다. 아크바르 알바케르 카타르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에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최고로 만들고 싶은 카타르 국민의 염원도 담았다”고 말했다.
하비에르 파우스 바르사 경제전략 담당 부회장은 “우리는 적어도 도박회사에서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회사명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바르사의 숙적 레알 마드리드가 스포츠 베팅 회사 ‘비윈(bwin)’에서 후원받는 걸 비꼰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