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은 18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직원들에게 국내 정치 개입과 여론조작을 지시한 의혹이 있다”며 원 원장의 발언을 정리한 A4용지 3쪽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국정원 인트라넷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란 제목으로 게재해 놓은 원 원장의 확대부서장 회의(취임 직후인 2009년 5월 15일∼올 1월 28일) 발언을 국정원 내부 인사가 적어서 전달해 온 것을 진 의원이 정리한 것이다.
원 원장은 “종북 세력 척결과 관련해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전교조, 민주노총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19대 총선 직후에는 “선거 결과 다수의 종북 인물이 국회에 진출함으로써 국가정체성 흔들기·원(국정원)에 대한 공세가 예상되니 대처해야 한다”(2012년 4월 20일)라고 말했다. “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원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하라”(2010년 7월 19일)는 내용의 지시도 했다.
또 원 원장은 △“국정 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좌파 단체가 있으므로 우리가 앞서 대통령님과 정부정책 진의 홍보 필요”(2010년 1월 22일) △“세종시와 4대강 등 주요 현안에 원(국정원)이 중심을 잡고 대처할 것”(2010년 4월 16일) 등도 당부했다.
국정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정보기관 수장의 국가안보를 위한 정당한 지시와 활동이 ‘정치 개입’으로 왜곡된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면 반박했다.
국정원은 “원 원장은 취임 이후 정치 중립과 본연의 업무 수행을 강조해 왔다”며 “특히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수차례 ‘전 직원이 정치 중립을 지키고 선거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4대강 사업, 제주민군복합항 등에 대해 선동 지령을 하달하면 고정간첩 및 종북 세력이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인터넷 등을 통해 허위 주장을 확대 재생산해 국정원장으로서 적극 대처하도록 지시했다”며 4대강 사업과 제주민군복합항 관련 북한의 선동 내용을 날짜별로 정리해 배포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곧장 진상 규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세세한 내부 자료가 유출될 수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원 내부통신망에 있는 국정원장 지시사항 등이 야당 국회의원의 손에 송두리째 넘어갔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정보기관의 직원용 내부 자료가 밖으로 유출된 것 자체가 조직의 기강 해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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