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친구 구해요. 어린이집에서는 연락 올 기미도 없고…. 친구가 없어서 심심해해요. 저희 딸과 친구할 자녀 있으신 분 연락 많이 주세요.”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이선민(가명·28) 씨는 1월 한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에 24개월인 딸의 친구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이 씨는 2011년 국공립어린이집에 딸의 입소 신청을 했지만 앞선 순번의 대기자만 150여 명에 달한다. 민간어린이집 세 곳에도 신청을 했지만 8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이 씨는 “외동인 딸이 어린이집에 가지 못해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는 모습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어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는 현재 딸 또래의 자녀가 있는 엄마 3명과 연락이 닿아 일주일에 한두 번 모임을 갖는다. 함께 키즈카페에 가거나 아동뮤지컬을 관람하며 아이들끼리 사귀게 한다.
최근 어린이집 입소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친구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만 7만8000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 탓에 최근 육아 관련 카페에는 부모들이 올린 ‘친구 구하기’ 글이 넘친다. 대부분 “학기 초인 3월까지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안 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대기할 동안 아이와 친구할 또래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자녀 친구를 구하려고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에 등록하기도 한다. 이현정 씨(33·여)는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 40분씩 운영하는 통합놀이 수업에 등록해 18개월 된 아들과 함께 나간다. 수업에 나가면 또래 아이 10여 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만 하려고 하는데 이마저도 일주일에 40분이어서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부모들끼리 힘을 합치는 육아품앗이도 서서히 활성화되고 있다. 서울시가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시가 지원하는 12개 품앗이를 포함해 70여 곳의 육아품앗이가 운영되고 있다.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에는 영유아 8명과 엄마들이 모여 육아품앗이 ‘행복한 아이들’을 운영 중이다. 부모들이 돌아가며 재능기부 형식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어울릴 수 있게 한다. ‘행복한 아이들’ 윤은정 대표(38·여)는 “원래 어린이집과 가정양육의 장점만을 취한 대안 육아 방식으로 품앗이를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어린이집 입소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품앗이를 찾는 경우도 있다”며 “정착된 육아품앗이에 들어오는 것도 자녀가 또래와 지속적으로 만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마다 한 곳씩 있는 영유아플라자를 이용하는 것도 ‘친구 구하기’ 방법이 될 수 있다. 영유아플라자에는 학부모들이 육아정보를 나눌 수 있는 육아 카페, 영유아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스타트’ 등이 갖춰져 있어 또래 영유아들이 함께 놀며 친구가 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유아플라자가 모든 자치구에 만들어진 게 지난해 말이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영유아플라자에 보육코디네이터를 배치하고 어린이집 대기 학부모들과 영유아들이 영유아플라자를 중심으로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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