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 가입” 소개팅서 말했다간 퇴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0일 03시 00분


연봉 5000만원이하 고백한꼴
상대 가입사실 알게되면 여성 58% “만남 거부-재고”

직장인 유모 씨(28)는 최근 소개팅 자리에서 ‘아차’ 했다.

상대 여성에게 무심코 “재형저축에 들었다”고 말했는데 여성의 표정이 급격히 싸늘해졌다. 재형저축은 연봉 5000만 원 이하의 직장인이나 연간 종합소득 3500만 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만 가입할 수 있다. 유 씨는 이후 그 여성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재형저축이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른바 ‘잘나가는’ 배우자 조건에 연연하는 일부 젊은이의 소개팅 자리에서만큼은 ‘금기어’처럼 여겨지는 게 요즘의 서글픈 세태다. 재형저축에 가입했다고 밝히면 연소득이 5000만 원 이하라고 자백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재형저축은 1970, 80년대 젊은이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준 기반이었지만 지금은 숨겨야 할 일처럼 여겨지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연봉 5000만 원이 넘는 20대 직장인은 극소수다. 이런 현상은 이성을 보는 ‘눈’만 점점 높아져 가는 세태를 반영한다.

19일 본보가 결혼정보회사 선우에 의뢰해 미혼 남녀 각 250명(총 500명)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재형저축 가입 여부를 소개팅 자리에서 밝히겠다”고 대답한 남성은 44%, 여성은 26.9%에 그쳤다.

‘소개팅 상대가 재형저축에 가입했다는 걸 알게 됐다면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만나겠다”고 대답한 여성은 41.6%에 그쳤다. 반면에 남성은 77%가 “만나겠다”고 응답했다.

소개팅에서의 옷차림도 ‘재형저축 발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직장인 성모 씨(26·여)는 최근 소개팅 이후 인터넷의 한 패션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옷차림을 그대로 적어놓은 글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상대 남성이 소개팅 당시 성 씨가 착용했던 옷과 액세서리, 구두 등의 메이커를 조목조목 따져 글을 올린 것이다. ‘명품 백 하나 없고 모든 게 노메이커(무명 브랜드), 패션을 모르는 이 여자 정말 별로’라는 평가와 함께.

성 씨는 “옷의 상표만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남자는 정말 별로다”라면서도 “솔직히 다음에 소개팅을 하면 옷에 신경이 더 쓰일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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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저축#소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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