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의지를 거듭 강력히 나타내며 북한의 핵위협에 본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핵우산이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이를 보유한 동맹국가의 핵전력을 통해 적국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개념이다.
미군은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B-52 전략폭격기 비행훈련을 했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발한 B-52 전략폭격기는 이날 오전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늘을 나는 요새’라고 불리는 B-52 전략폭격기는 정밀조준이 가능한 재래식 무기는 물론이고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이 탑재돼 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탑재된 핵잠수함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미국의 ‘핵우산 3대 축’으로 꼽힌다.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에 핵잠수함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핵우산 3대 축 중 2개를 잇달아 공개한 것이다.
미국이 핵우산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핵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은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임박할 경우 미국은 핵잠수함과 B-2, B-52 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신속하게 전개하는 상황별 맞춤 억제전략을 구체화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비행연습은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의 일환인 핵우산 제공을 확인시켜 주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도 18일 기자간담회에서 “(B-52 전략폭격기는) 북한의 최근 위협에 대응해 우리가 확장된 억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며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핵우산 공개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한국 내 일부 강경론을 달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에 대한 국내 일각의 의구심을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보수성향 매체인 워싱턴프리비컨(WFB)은 18일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B-52 전략폭격기들이 현재 진행되는 한미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북한을 겨냥한 모의 핵폭격 훈련도 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은 독수리연습의 일환으로 B-52 전략폭격기들이 8일 한 차례 한국 상공에서 임무비행을 수행한 데 이어, 19일 다시 출격한 것이 북한의 국지 도발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서해상에서 해안포나 장사정포를 이용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도발하면 즉시 대규모 화력으로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이다.
군 일각에선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B-52 전략폭격기 출격을 연결시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군 관계자는 “B-52 전략폭격기를 동원할 만큼 북한의 위협이 크다는 점을 강조해 시퀘스터(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조치)로 인한 대규모 국방비 삭감의 부당함을 은연중에 드러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WFB는 미국 정보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이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 기간에는 숨죽이고 있다가 훈련이 끝난 5월쯤 군사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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