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맞다면 고위공직 검증시스템 무너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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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관료가 성접대를 받고 동영상에 찍혀 돈 요구 협박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사정당국과 정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동영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 동영상에 찍힌 인물이 고위관료가 맞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 법조계 인사가 봤다는 동영상 내용과 동영상을 파일로 만들었다는 건설업자 A 씨의 조카가 설명한 동영상의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동아일보 보도를 놓고 “동영상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터져 나왔다. 고위공직자 인사 때 청와대가 경찰, 국가정보원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기초 검증을 하는데,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해당 고위관료에 대한 인사를 결정하기 전에 검찰과 경찰을 통해 성관계 동영상 존재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지만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인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불거진 뒤 경찰 수뇌부가 청와대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은 “B급 에로물 수준의 도덕관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정부에 대해 강한 공세를 펼쳤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거듭 실패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라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및 사정(司正) 기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방증이 되는 만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는 경찰이 정권 초기 고위공직자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 ‘눈치 보기’ 수사를 하면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라며 “청와대나 경찰 수뇌부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철저히 수사할 것을 경찰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영상의 존재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무리하게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실제 동영상을 확보하고 이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을 확인하기 전에 해당 인물의 직급 등을 거론하는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당사자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고위관료는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변 지인들에게 “A 씨는 나와 일면식도 없는 인물”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호·민동용 기자 irontiger@donga.com
#성접대#고위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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