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과 경찰의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는 경찰이 민정수석실로, 민정수석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관련 사항을 제대로 보고했는지에 대한 ‘보고의 적절성’ 문제를 떠나 성 접대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관 인선이 강행된 배경과도 맞물려 있어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민정수석실은 ‘김 전 차관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보고를 민정수석실이 수차례 묵살했다’는 동아일보 보도(23일자 A1·3면)와 관련해 “경찰이 김 전 차관 인선 당일(이달 13일)까지 김 전 차관에 대해 수사나 내사한 적이 없다고 공식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차관 본인에게도 수차례 확인했으나 김 전 차관은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을)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인사 검증 차원에서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민정수석실의 이 같은 해명에 사정 당국 관계자들은 여러 의문을 제기한다. 경찰의 내사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불거진 18일, 수사는 20일 시작됐다고 한다. 문제는 김 전 차관 인선에 앞서 경찰이 상당히 많은 관련자들의 증언을 확보하면서 첩보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내사 이틀 만에 수사로 전환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결국 경찰이 민정수석실에 “내사나 수사를 한 적이 없다”고만 보고한 것인지, 아니면 “내사나 수사를 하진 않았지만 관련 의혹의 실체가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는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해 사정 당국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김 전 차관 인선을 전후해 최소 3차례 ‘(성 접대) 동영상은 없지만 관련자들의 증언이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정수석실은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다. 내사에 들어가기 전 상황에서 ‘내사가 없었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또 민정수석실은 경찰의 보고를 받기 전 김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였던 만큼 관련 의혹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차관 임명 전에도 차관급인 대전고검장이었다. 실제 성 접대 소문은 이미 지난해 말 경찰뿐 아니라 대검찰청 등 사정·정보기관 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그렇다면 민정수석실은 이 같은 소문과 본인 해명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해 인사권자의 최종 판단을 구했어야 한다는 게 사정 당국과 정치권의 지적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이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민정수석실은 경찰에 여러 차례 동영상을 확보했는지 문의했다고 한다. 구체적 물증이 없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이 사안을 안일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의 문책론을 제기하는 이유다.
본보 보도 이후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경찰 수뇌부를 징계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청와대의 정면 반박에 경찰은 공식 반응을 삼가며 언론 접촉을 피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일선에서 파악한 김 전 차관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청와대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기류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청와대와 경찰의 진실게임을 넘어 검경 갈등, 검찰 및 경찰의 내부 갈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려면 특별검사제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올해 상반기 중 상설특검제를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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