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1년 동안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106엔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도 올해 2∼3분기(4∼9월) 엔-달러 환율을 103엔으로 잡았다. 많은 전문가가 향후 엔화가 지금(27일 한국은행 발표 기준, 달러당 94.6엔)보다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일본 정부가 연일 적극적인 통화 완화 의지를 밝히는 것도 이런 전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수출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원고·엔저의 파장과 대책’ 보고서는 엔-달러 환율이 100엔으로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1000원으로 하락한다면 한국 수출기업 중 적자기업 비중이 현재 33.6%에서 2배 수준인 68.8%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 전문가들은 선물환 계약이나 환변동보험 같은 환헤지 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것 외에 생산환경을 바꾸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원화 강세에 엔화 약세가 겹치면 환헤지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이 한국과 경쟁하는 제품의 가격을 낮춰 국제시장을 공략하면 한국 기업은 밀릴 수밖에 없다.
신 실장은 “단기적으로는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새 거래처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수출 통화를 다변화해 환율 위험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 생산 시설이 있는 기업은 해외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신흥시장, 특히 일본 기업과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 공략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환 변동 위험을 줄이려면 핵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수출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높은 기술력,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외환시장이 지금처럼 급변하면 기업들이 순식간에 위기상황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대응할 시간을 벌어줘야 하는 것이다. 정구현 자유경제원 이사장은 “일본의 엔저 공세는 주변 국가들을 괴롭히는 전략”이라며 “정부는 엔화가 이미 충분히 저평가돼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계속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절한 환율방어 대책을 구사하면서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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