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카드 꺼냈는데 누구를 앉히나… 靑 ‘인사 포비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MBC 사장-공공기관장 ‘人事 2막’에 고민

인사 난맥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청와대가 ‘인사 2막’을 앞두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청와대는 28일 경제정책점검회의, 29일 국민행복기금 출범, 30일 당정청 회의 등 경제, 민생과 관련한 속도감 있는 국정운영을 통해 이슈를 전환하려고 했다. 그러나 때마침 터진 MBC 김재철 사장 해임과 공공기관장 물갈이설로 인사 문제가 지속되자 답답해하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인사포비아(공포증) 수준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 물갈이 하긴 해야 되는데…


청와대는 공공기관장 교체를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전문성도 없는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니냐”며 “물갈이가 아니라 국정 정상화로 봐 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공기관장 물갈이라는 이슈가 불거진 시점이다. 인사 논란에서 벗어나 국정운영 본격화로 넘어갈 시점에 또다시 인사 문제로 발목이 잡힌 셈이다. 또 물갈이를 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 대선 때 공헌한 인사를 임명할 경우 청와대에서 아무리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라고 항변해도 ‘제 식구 챙기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공공기관장을 내부에서 발탁할 경우 박 대통령이 구상 중인 공공기관의 책임경영 강화와 칸막이 해소, 부채관리 등 국정철학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MBC 사장 인선도 마찬가지다. MBC 사장 인선에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이번 인선이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과정에서 불거진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이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거론되는 신임 사장 후보들은 노조에서 반대할 게 뻔하고 그렇다고 노조의 마음에 드는 인사를 임명해 노영(勞營) 방송을 만들 수도 없고 고민”이라고 말했다.

○ 소외된 대선 공신들도 폭발 직전


인사 2막을 앞두고 또 다른 부담감은 대선 공신들의 불만이다. 청와대와 내각의 인선이 마무리됐는데도 자리를 받지 못하고, 공공기관장 인선 때도 낙하산 인사가 최소화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서서히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선 당시 일일 선거 상황을 진두지휘한 종합상황실의 단장급 7명은 아무도 자리를 받지 못했다. 특보단의 경우도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비서관 등 두 명만 발탁됐다. 대선 때 한몫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직능과 조직 분야도 아우성이다. 대선 때 조직을 담당했던 한 간부는 “한동안 전화기를 끄고 살았다”고 했다. 대선 때 주요 간부였던 한 관계자도 “다들 나에게 인사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물어보는데,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다. 이제 앞으로 누가 나를 믿고 돕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명박 정권 때는 최소한 대선 공신의 경우 리스트를 만들었고 청와대가 이들의 이력서를 갖고 있었다. 자리가 생길 경우 리스트에 오른 인사 중들 상당수가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 누구도 대선 때 도왔던 인사들의 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소외된 대선 공신들을 다독거릴 만한 책임 있는 이들도 없다.

청와대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돌아서면 더 무섭다. 레임덕은 거기서 시작되는데…”라고 걱정하면서도 낙하산 논란을 무릅쓰고 무조건 자리를 만들어줄 수도 없어 고민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는 지금 당장 못 챙기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고 계속 연락도 하고 했다는데 지금 대통령은 그런 스킨십이 아쉽다”고 말했다.

○ 인사시스템 개선 실무 차원 검토


청와대는 당장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대통령 혹은 비서실장 유감 표명 등의 단기적 처방을 하지 않겠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인사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청와대의 인사 사례도 정밀 분석 중이다. 인사의 추천과 검증 창구를 완전히 분리해 서로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 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충원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며 보완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 인사시스템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건 아니고 더 좋은 안을 찾기 위한 연구의 과정으로 봐 달라”며 “수많은 방안이 있어 이들의 장단점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물갈이#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