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이지송 사퇴… 공기업 물갈이 급물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안택수도 “정부 방침 따를것”… 어윤대-이팔성 거취 주목

강만수 KDB산은금융그룹 회장과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잇달아 사의를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강 회장과 국내 최대 공기업의 수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공기업과 공공기관, 주요 금융지주사 수장들의 ‘도미노 퇴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내년 3월이 임기인 강 회장은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통해 청와대에 사의를 전했다. 강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첫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는 등 ‘MB노믹스’의 상징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산업은행 민영화와 KDB금융대학 등 사업이 많아 당장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11일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공공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밝히자 자진 사퇴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최근 “임기가 남아도 교체 필요성이 있다면 교체하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해 강 회장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친(親)MB 인사’로 분류되는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어 회장은 지난해 말 사외이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불협화음이 있었고, 최근 측근인 박동창 부사장이 특정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반대하는 왜곡된 내용의 정보를 해외 기관에 흘려 해임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KB금융그룹을 검사하고 있어 그 결과가 어 회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팔성 회장도 임기가 1년 정도 남았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신 위원장이 최근 ‘주인이 없어 정부(의 자금)가 들어간 금융회사’의 수장을 교체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해 우리금융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하루고 이틀이고, 절대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지금은 그냥 소임을 다할 뿐이다. 정부 방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현재 거취를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고,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역시 “거취는 위에서 결정하겠지만 물러날 때까지 국민행복기금 등 맡은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위에서 아직 이야기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사업인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한 이지송 LH 사장은 전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접 만나 사의를 밝힌 데 이어 이날 오후 사표를 제출했다. 이 사장의 임기는 올해 9월까지다. 4대강 사업을 지휘한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 이어 이 사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공공기관장의 ‘줄 사퇴’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유영·정임수·한우신 기자 abc@donga.com
#강만수#이지송#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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