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35>창원 미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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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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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깨물면 오도독~ 입안에 바다내음 가득

‘미더덕 마을’인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 고현어촌계 김옥환 씨가 껍질을 벗긴 미더덕을 보여주고 있다. 수줍은 미소가 미더덕 향보다 더 상큼하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미더덕 마을’인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 고현어촌계 김옥환 씨가 껍질을 벗긴 미더덕을 보여주고 있다. 수줍은 미소가 미더덕 향보다 더 상큼하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 마을 앞 진동만은 수우도, 송도, 양도 등이 병풍처럼 막고 있어 호수 같은 느낌이 든다. 이곳이 바로 국내 최대 미더덕 및 미더덕 사촌인 ‘오만둥이’ 생산지다. 그냥 ‘미더덕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인 미더덕은 많은 음식의 주·부재료로 사랑받는 팔방미인이다. 마산 진동에서는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효자’이기도 하다. 미더덕은 생김새가 산에서 나는 더덕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龍)의 우리말인 미르의 어근은 ‘밀’이며 물의 어원과 같다는 것이 수산과학원의 설명.

고현어촌계 미더덕가공공장에서는 오종근 씨(58) 등 어촌계원 10여 명이 둘러앉아 미더덕을 손질하느라 분주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5cm 정도의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미더덕을 한 손에 잡고 다른 손에 쥔 네모난 작은 칼을 두 바퀴 정도 빙그르르 돌렸다. 숙달된 손놀림에 질긴 섬유질의 껍질이 벗겨져 나가자 바닷물을 머금어 오동통하고 연한 살구색 속살이 드러났다. 미더덕은 껍질을 벗길 때 머리부분을 조금 남겨둔다. ‘오도독’ 씹히는 소리와 함께 향을 더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촌계원인 김옥환 씨(52·여)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더덕은 연간 750t가량으로 전국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다. 물이 맑은 데다 먹이생물이 풍부하고 파도도 잔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출하하는 미더덕은 도매가로 kg당 5000원 선. 소매가로는 8000원 안팎이다.

미더덕 양식법은 간단하다. 산란기를 앞두고 부표를 매단 그물을 바다에 드리워두면 끝이다. 종패나 치어를 넣지 않아도 된다. 9∼12월은 오만둥이가, 1∼7월은 미더덕이 달라붙어 자란다. 이름은 양식이지만 사실상 자연산이다.

미더덕은 한동안 설움을 겪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미더덕이 플랑크톤을 많이 먹어 굴 등 다른 어패류 생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 때문에 ‘해적생물’로 분류했다. 미더덕이 가장 맛있는 시기는 3월 말∼5월.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안전과 이두석 연구관은 “산란을 앞둔 이 시기에 유리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고현미더덕정보화마을 관리자인 홍현숙 씨(54)는 “미더덕은 고혈압에 좋고 항산화기능도 있다”며 “우리 마을엔 뇌중풍환자가 거의 없다”고 자랑했다.

미더덕 요리도 다양하다. 고현정보화마을 양기식 운영위원장(57·경해식품대표)은 “미더덕을 넣고 된장국을 끓이면 골목 어귀에서부터 코가 벌름거릴 정도”라고 말했다. 막 끓인 된장찌개 속 미더덕을 입안에서 터뜨렸다가는 입속을 데기 십상이다.

콩나물과 고사리, 미나리를 곁들여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미더덕찜은 아구(아귀)찜과 함께 마산의 대표적인 토속음식이다. 껍질을 벗겨내고 날것으로 먹는 미더덕 회부터 ‘밥 도둑놈’으로 불리는 미더덕 회덮밥, 미더덕에 고추와 미나리, 양파, 당근 등을 넣고 버무린 회무침도 인기다. 또 일명 ‘술 도둑놈’인 미더덕 튀김과 미더덕 부침개도 있고 볶음 역시 훌륭한 반찬이다. 미더덕 젓갈도 별미로 꼽힌다.

그래도 미더덕이 궁금하다면? 4월 12∼14일 진동 광암항에서 창원서부수협(조합장 한호근)이 주관하는 제8회 창원진동미더덕 축제를 방문하면 된다. 055-271-0571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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