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 고갈 안 빨라져도 보험료 인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2042년 국민연금 적립금이 최대치를 기록한 뒤 급격히 줄기 시작해 2060년에는 완전 고갈될 것이라는 제3차 국민연금 장기 재정전망 추계가 나왔다. 고갈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5년 전 추계와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로 국민연금 지출이 늘어나지만 출산율과 국민연금 가입률도 다소 높아져 수입 지출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불안하던 국민연금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긴 했지만 그동안 젊을때 낸 돈을 나이 들어 받는 ‘적립식’으로 운영하던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젊은이들이 낸 돈을 바로 노령층이 받아가는 ‘부과식’으로 바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2060년 연금 고갈은 현재 연금수급자에게는 먼 나라 얘기로 들리겠지만 자라나는 세대와 태어날 미래세대에겐 빚 폭탄을 안기는 일이다. 유럽과 같은 본격적인 세대전쟁의 돌입을 의미한다.

기금 고갈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안전망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갈 시기를 늦추는 일이 급선무다. 국민연금을 적립식에서 2060년에 부과식으로 바꿀 경우 보험료율을 현재의 소득 대비 9%에서 21%로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센 연금 저항이 예상된다. 민영연금 보험도 15∼16%만 내면 소득의 40%를 받는데 누가 21%의 보험료를 내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할 것인가. 파국이 오기 전에 서둘러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는 수급액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수급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적어 노후 보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용돈연금’이란 말이 나오는데 더 줄이기는 어렵다. 유일한 개혁 방안은 보험료 인상뿐이다. 2008년 국민연금 2차 재정추계가 나온 직후에도 보험료 인상 요구가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국민연금에 손대지 않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면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섰고 수급자가 350만 명을 돌파한 데서 보듯 긴 노후와 가족 해체에 따른 연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졌다.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하며 임기 내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약속한 박근혜 정부가 먼 미래를 위해 국민에게 고통을 요구하는 연금개혁을 추진할지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재정전문가들은 일관되게 연금개혁의 불가피성을 지적하고 있다.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일도 필요하다. 기금운용 수익이 연평균 1% 늘면 고갈 시기를 최대 10년까지 늦출 수 있다.
#국민연금#보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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