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은 아무래도 민심이 직접 호출한 ‘국민장관’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도 의혹투성이인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국방장관에 앉히려다 막판엔 결국 김관진이라는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듯이, 2년 4개월 전의 MB도 그랬다.
연평도 사태 직후 군의 대응태세에 대한 비난여론과 함께 국회에서 MB의 ‘확전 자제 발언’ 논란이 일었다.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MB가 마치 ‘확전 자제’를 지시한 것처럼 답변해 논란을 키웠다. MB는 결국 김태영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엔 이희원 안보특보를 점찍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천안함 사태 직후 신설된 대통령안보특보에 발탁된 인물이었다.
2010년 11월 27일. 홍상표 홍보수석의 발표 10분 전까지도 TV 자막에는 ‘이희원 유력’이 떠 있었다. 이날 아침 조간신문도 모두 이희원을 기정사실화했다.
MB의 의중은 확실해보였다. 하지만 정진석 정무수석과 김두우 기획관리실장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정 수석은 “지금은 참모형 국방장관으로는 안 된다. 호상(虎相·호랑이 얼굴)을 가진 무인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북한에 시그널도 주고 국민도 안심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MB에게 직접 “이럴 때일수록 군내에서 신망을 받는 야전형 인물을 내보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희원은 호랑이상도, 야전형도 아니었다.
정 수석은 “그래서 2시간 만에 찾아낸 사람이 바로 김관진”이라고 기억했다. 김관진 장관은 ‘국방부 창설 이래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유임한 첫 장관’이라는 기록 아닌 기록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를 부른 건 MB도, 박근혜 대통령도 아니었다. 불안한 민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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