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무기 동원한 훈련 잇단 공개
오바마, 北자극 않는 정책 포기… 北엔 경고-韓日엔 안심 신호보내
최근 미국이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해 첨단무기를 한국에 잇달아 배치하고 이를 적극 공개하는 패턴을 밟고 있는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에는 볼 수 없었던 ‘전략적 전환’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깎아내리고 더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조용한 외교를 펼쳐왔던 1기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대신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군사적 조치를 연이어 내놓으며 북한과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맞불(confrontational)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은 서부 요격미사일 추가 배치, B-52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미연합군사연습 투입 계획 등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최신예 무기가 한미군사훈련에 동원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북한의 예상되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과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일 주한미군사령부는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2대가 지난달 31일 경기 평택 오산 미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F-22는 최대속력이 마하 2.5 이상으로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서 평양까지 2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적의 레이더망을 회피하는 스텔스 성능에다 최대 250km 떨어진 적의 위치와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는 ‘APG-77 AESA 레이더’로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미 국방부는 2일 F-22 전투기를 한국 언론에 공개하려던 계획까지 세웠으나 취소했다. B-52와 B-2를 공개한 마당에 더이상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말까지 이어질 한미연합군사연습에서 미국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첨단무기들이 계속 선보여질 것이라고 지난달 31일 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 신문에 “다음 단계는 보안상 어떤 무기라고 말할 수 없다”며 “이번 훈련은 첨단 무기를 선보이는 시연장(試演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관리들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적 맞불 전략은 북한, 남한, 중국 등 3국에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에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면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다.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너무 흥분(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있다’며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다.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마당에 더는 이 지역에서 군사력을 확대하지 말라고 한국과 일본에 주문하는 것. 중국에 대해서는 ‘이 이상 미국이 아시아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자제시켜라’라는 메시지가 실려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중국을 통한 북한 설득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맞불 전략은 김정은이 젊고 경험이 없는 지도자이며 군부에 자신의 능력을 확인시키려는 의욕이 앞서기 때문에 오판을 불러올 위험을 안고 있다고 미 관리들은 전했다. 피터 킹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테러방지·정보 소위원장은 이날 ABC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에서 “김정은은 ‘터프가이’가 되려 하고 있다”며 “자신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한국이나 미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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