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47)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활동이 척박한 현실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젊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산기슭에 봄이 온 듯하지만 산꼭대기는 아직 만년설이 존재한다는 얘기.
동아일보와 채널A가 새 정부의 스타 각료로 주목받는 조 장관을 여성가족부 장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채널A는 3일 오전 7시 ‘박근혜 정부의 청사진-신임 장관에게 듣는다’ 코너를 통해 조 장관과의 대담을 방영한다.
―여성 대통령이 나왔으니 산꼭대기는 녹은 것 아닌가.
“정부 부처마다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을 2017년까지 15%로 끌어올리도록 하는 목표를 세웠다. 여성가족부는 이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점검하고 독려할 것이다. 앞으로 여성 장차관도 더 기용될 것으로 본다.”
―민간에도 고위직 여성의 수가 적은데….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다. 현재 국가 인재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여성은 3만5000명뿐이다. 어느 분야에 어떤 인재가 있는지도 잘 파악이 안 된다. 각계에서 활동하는 여성을 발굴해 DB를 확충하겠다. 또 ‘여성인재 아카데미’를 설치해 중소기업 대상 여성 리더를 양성하겠다.”
여성가족부는 업무보고에서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 대상 성매매 범죄에 유도수사기법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조 장관의 생각이 궁금했다.
―결국 함정수사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있다.
“유도수사는 범죄 의도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합법적 수사다. 함정수사와는 다르다. 영국에서도 청소년 대상 성범죄 단속을 위해 유도수사 기법을 사용한다.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도입을 검토할 생각이다.”
―올해를 ‘성폭력예방교육의 원년’으로 설정했는데….
“그간 성범죄 피해자를 돌보는 데 정책이 집중됐다. 하지만 참혹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가장 좋은 정책이다. 전 국민에게 빠짐없이 성폭력 예방교육을 전달하는 일이 우리 부처의 숙제다. 아동·청소년을 노린 성폭행범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법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 임신, 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 여성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방안을 강조했다. 가시적 성과를 만드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큰 숙제가 됐다.
―최우선 과제를 일과 가정의 양립으로 꼽았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봐주시던 분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회사에 내색하지 않으면서 육아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부담이 너무나 컸다. 일하는 모든 엄마가 그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민간에서부터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분위기를 확산하도록 하겠다.”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제도가 있나.
“여성가족부에서 맞벌이 부모를 상대로 운영 중인 ‘아이돌봄 서비스’를 다양화할 방침이다. 가사일도 함께 하는 ‘가사 추가형’, 보육교사가 돌보는 ‘보육교사 파견형’을 만들 생각이다. 일하는 엄마의 아이에게는 국가가 엄마가 돼 준다는 생각으로 빈자리를 메워줘야 한다.”
―다문화가정 정책에서 새로 강조하는 부분은.
“기존 정책은 정착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는 결혼이민자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적극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결혼이민자의 사회·경제적 참여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어떤 정책을 염두에 두는지.
“결혼이민자의 직업훈련과 취업지원을 늘리겠다.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학교생활 지원정책 역시 강화하겠다. 또 올해부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문화가족 사례 관리사’ 사업을 시범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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