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한중심 통일 원치않아” 김흥규 교수
“KI-디플로머시로 中 움직여야” 오승렬 교수
동아일보의 창간 93주년 기념 통일의식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6명이 △통일에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는 중국(59.4%)이고 △중국은 남북 분단의 현상유지를 원한다(59.6%)고 답했다. 요약하면 ‘중국이 움직여야 통일이 가능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통일의 걸림돌이라는 국민 인식은 통일에 대한 체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실제 견해와도 거리가 있는 만큼 이런 시각을 바로잡기 위한 한중 양국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견해와 분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문: 중국은 여론조사 결과처럼 남한 중심의 통일(5.7%)보다 북한 중심의 통일(26.2%)을 더 원하나. 답: 오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싱크탱크 그룹과 접촉한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북한 중심으로 통일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중국은 북한이 그럴 역량이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또 핵을 가진 북한 중심의 통일은 한반도 혼란과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에 남한 중심의 통일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생각이 일정 부분 존재한다고 말했다. 고도의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 중심으로 통일돼야 중국에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만과 중국의 통일에 대한 대만의 거부감도 한층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문: 중국이 남북 분단의 현상유지를 계속 원할까. 답: 현상유지를 원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대외정책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아 왔다. 한반도 통일로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에 바로 뻗칠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선호해온 것도 사실이다. 전략적 분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국력에 아직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중국은 흡수통일이나 무력통일 또는 북한 정권의 급작스러운 붕괴를 우려하는 것이지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중공사 출신의 신봉길 한중일협력사무국 사무총장도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이 되겠다는 ‘새로운 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천명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걸 방조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중국의 한반도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국민 의식과 외교 현실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하나. 답: 한국 주도 외교로 통일코리아의 이익을 국내외에 설파하라.
많은 국민의 ‘중국은 일방적인 북한 편’이란 부정적 인식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서 보여준 중국의 북한 감싸기가 투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특히 북한의 이런 도발들은 남한의 20대를 ‘현실적인 냉전 세대’로 만든 측면이 있다. 20대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60대와 비슷한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남북 분단 상황의 고착을 원하기보다 현재 한반도 상황의 불확실성을 타파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통일로 출현할 ‘인구 8000만 명의 세계 경제 10위권, 군사력도 만만치 않은 민주주의 체제의 통일코리아’가 자신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처방으로 한국 주도 외교, 코리아 이니셔티브 디플로머시(KI-Diplomacy)를 주문했다(본보 3월 28일자 1·3면 참조).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는 “중국의 현상유지 선호는 불변적인 게 아니다. 한국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통일전략을 주도하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한국이 중국의 국익을 신장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적극적으로 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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