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을 읊조리는 목청이 더욱 높아졌다. 관광객이 하나둘 모여들고, 누군가는 두 손을 모으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대웅전 앞을 뛰놀던 아이들조차 멈춰선 순간. 드디어 옥개석(屋蓋石·탑 위 지붕처럼 덮는 돌)이 서서히 들어올려졌다. 경북 경주시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사리공(舍利孔·사리를 모시는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조문화재보수정비사업단은 2일 오후 국보 제21호 석가탑 2층 옥개석을 해체해 탑신(塔身)의 사리공(41×19cm) 안에 모셔진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부처의 사리와 이를 봉안하는 용기 및 기구)를 꺼냈다. 1966년 해체수리 후 재봉안됐던 석가탑 사리장엄구가 47년 만에 다시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당시 사리공에는 사리 48과(顆)가 든 사리병과 금동제외합, 은제내합, 고려 초 석가탑을 중수한 기록이 담긴 문서가 들어있었다. 함께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로 밝혀지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보물들은 국보 제126호로 지정돼 서울 종로구 견지동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2층 옥개석을 들어올리자 빛바랜 붉은색 보자기가 먼저 눈에 띄었다. 보자기를 걷어내자 사각 철제함이 보였다. 그 속에서 사리장엄구가 나왔다. 사리와 은제항아리, 목제사리병을 제외하곤 복제품이다. 은제내합 속 유리병에 모셔진 사리도 공개됐다. 오랜 세월 탓인지 검은 빛깔이었고 일부는 유리병에 눌어 붙어있었다. 불국사(주지 성타 스님) 측은 수습한 사리를 무설전(無說殿)에 모시고 사리친견법회를 열 예정이다.
석가탑은 2010년 석재 균열 등을 이유로 보수 복원이 결정된 뒤 지난해 9월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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