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2011년)에서 여자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한 서선영 스위스 바젤국립극장 솔리스트(29)는 힘들었지만 많은 점을 배웠던 독일 유학 시절을 잊지 못한다.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마치고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 슈만 국립음대에서 공부하던 그는 집에서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늘 장을 봤다.
하루는 계산을 한 뒤 평소와는 다르게 무심코 영수증을 뒤집어 봤다. 뒷면에는 ‘매일 조금씩 나아진다(Jeden Tag ein bisschen besser)’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슈퍼마켓의 모토였을지 모를 이 구절은 그의 머리에 깊게 박혔다. 그 후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떠올리고 실천했다. ‘어제보다 한 단어 더 외우기, 어제보다 가사 한 줄 더 외우기….’
올해 선정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게는 저마다의 나침반이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좌절의 순간에도 자신만의 기준을 되새기며 다시 일어섰다. 처음에 세운 목표가 흔들리거나 다른 길로 가고 싶을 때도 이를 생각하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 남들과 함께 가라
상당수 100인은 자신보다 남을 우선시하는 원칙을 세워 이행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49)는 ‘더불어 사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많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겠지만 선의로 많은 이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인가를 맨 앞줄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노태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56)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 이상이 되게 한다는 원칙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했다. 두 개의 파동이 모여서 간섭을 일으킬 때 보강 간섭을 하면 그 강도가 4배가 될 수 있지만 상쇄 간섭을 하면 파동이 사라진다는 얘기. 이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 일을 할 때는 보강 간섭이 이뤄지도록 서로 협력하고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한국 과학자들이 국제학계를 이끌어갈 글로벌 선도형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내 학자는 물론이고 국제 학계의 우수 과학자와 교류하고 협동 연구를 수행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국회의원(49)은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해 언제나 공부하고 공유하고 또한 소통하면서 나를 낮추어 살아가겠다”고 했고, 김진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실용위성5호 체계팀장(45)도 대학 시절 기숙사 옆방에 붙어 있던 표어 ‘나의 기쁨이 남의 슬픔이 되지 않게 살자’를 지금까지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키겠다고 했다. ○ 열정으로 끊임없이 정진하라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49)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의 일화를 통해 열정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이 유명해진 뒤 동료들이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고 첫 수상자로 두 명을 선정했다. 한 사람은 저명한 물리학자였고 또 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의 친구이자 저명한 수학자인 쿠르트 괴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자에게 상을 주면서 “당신은 이 상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괴델에게는 “자네에게는 이 상이 필요 없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괴델의 업적이 이미 역사적인 획을 그었기 때문에 상을 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었을 것”이라며 “영예나 대가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열정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암과 최일선에서 싸우며 희망 전도사로 활약하는 노동영 서울대병원 암진료 부원장(57)은 늘 마음에 새기는 구절이 있다. ‘갖춘 다음에 소망하라(Deserve then desire).’ 그는 “먼저 실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면서 하루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46)는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삼성 라이온즈)의 ‘혼을 담은 노력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각오를 자신의 신조로 받아들였다. 그는 “어떤 일이든 맡으면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중간에 흐지부지하는 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포기하지 말고 인내하라
인내를 자신의 원칙으로 꼽은 100인도 많았다. 김은성 KAIST 물리학과 부교수(42)에게 ‘인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막다른 골목에 부닥친 것 같은 어려움과 실패를 여러 번 경험했다. 그때마다 인내심을 가지고 내가 있는 자리를 지키고 연구에 몰입해서 기회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43)는 솔로몬왕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내 인생의 한 문장’으로 소개했다. 그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흔들림 없이 지속한다면 성공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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