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또만나/반또 칼럼]‘마초적 입방아’ 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한혜진이 돌맞을 일인가… 양다리든 문어다리든!

기성용-한혜진 커플이 장안의 화제다. 특히 한혜진이 과거 연인과 이별한 시점을 둘러싼 소위 ‘양다리’ 논쟁이 뜨거웠다. 급기야 한혜진이 “누구에게도 상처를 준 적이 없다”는 트윗을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종의 공개 사과나 다름없다.

안 듣는 데서는 임금님도 욕한다지만 양다리가 아니라 문어다리를 걸치더라도 남들이 무슨 상관인가. 양다리 운운하는 사람들의 기저에는 ‘연하에 잘생기고 돈까지 잘 버는 애인을 둔 데다, 누가 봐도 남자가 여자를 더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삼십대 여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깔려있다. 속된 말로 ‘똥차 가고 람보르기니가 온’ 상황이 아니꼽고 배 아픈 것이다.(물론 필자는 결코 그녀의 전 연인을 똥차라고 생각지 않는다.)

유부녀가 유부남과 바람을 피운 것도, 범법행위나 천인공노할 대역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아무리 대중의 인기와 사랑을 먹고사는 직업이라 해도 해당 직업의 본분에 관한 논란이 아닌 이상 자신의 사생활을 불특정 다수에게 해명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별에 관한 화살이 여자에게만 쏟아지는 현상은 더 우습다. 설사 양다리를 걸쳤다고 가정해도 그게 새 연인을 맞은 여자만의 잘못인가. 그녀를 붙잡아두지 못한 남자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여성 연예인과 공개 연애를 하던 남자 연예인이 훨씬 어리고 예쁜 새 연인을 만났다면 그가 트윗으로 공개 사과까지 해야 했을까. 방송에 출연한 일반인 남성이 “몸무게가 48kg을 넘는 여자는 모두 루저”라고 했을 때 ‘루저 대란’이 벌어졌을까. 예쁘건 안 예쁘건, 돈이 많건 적건, 교육수준이 높건 낮건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건 아직도 피곤하다. 존 레넌이 ‘여성은 세상의 깜둥이’라는 노래를 부른 지 41년이 흘렀건만 왜 현실은 이다지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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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양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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