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국가보안법 적용여부 검토… 불법자료 증거능력 놓고 논란 소지
해킹 주도 주장 ‘어나니머스’ 해커… “한국멤버 중심으로 30여명 참여”
해킹으로 공개된 북한의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에서 국내 포털 사이트 e메일 계정으로 가입한 회원이 2000명 넘게 발견됨에 따라 사정당국이 5일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는 내사 단계로 일단 공개된 계정 명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입 목적, 이적 활동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는 계정이 발견되면 공식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가정보원 관계자도 “현재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 수사를 지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불법 해킹으로 공개된 명단을 수사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가입 사실 자체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 법적 검토 사항이 많다고 보고 있다.
국제해킹단체 ‘어나니머스’는 3일 “북한 내부 인트라넷과 메일서버, 웹서버를 해킹해 우리민족끼리 회원 1만5000명의 신상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히고 그 다음 날인 4일 회원 9001명의 아이디와 e메일 주소, 성별과 생년월일 등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2004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해 사이트로 분류해 국내에서의 접속이 차단돼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접속하기 위해서는 ‘프록시(Proxy) 서버’를 설치하거나 그런 역할을 하는 사이트에 접속한 뒤 ‘우리민족끼리’로 들어가야 한다. 프록시 서버는 접속이 제한된 국내 이용자의 인터넷주소(IP주소)를 해외 주소로 바꾸어 접속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국정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접속할 수 없는 사이트를 우회해 접속했다면 적극적 가입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4일 유출된 명단에 적힌 신상정보를 통해 ‘종북 인사’ 찾기에 나섰던 누리꾼들은 이날 웹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죄수번호 ××× 이름’ 등의 글을 연달아 올리며 해당 계정 소유자들의 직업, 소속기관, 전화번호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들을 국정원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며 신고 화면을 캡처한 사진도 올렸다.
누리꾼들이 ‘종북 인사’로 지목한 한 인사는 “북한 관련 정부 위원회에서 일할 당시 정보 수집을 위해 러시아에서 가입했다”며 “하지만 쓸 만한 정보가 별로 없었고 북한 사이트에 가입하고 방문하는 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 뒤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상이 공개된 사람들을 본보가 접촉한 결과 대부분 회원 가입 사실을 부인하거나 기억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본보는 어나니머스의 계정이라고 알려진 ‘어나니머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쓰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운영진과 접촉을 시도했다. 해킹 이유를 묻자 해당 운영진은 “지금 북한이 핵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에게 위협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어나니머스 소속으로 이번 해킹을 주도했다고 주장한 해커 A 씨(해커필명 엘키)는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사이트 해킹은 ‘프리 코리아작전’이라는 명칭으로 한국 멤버가 주도해 국내외 해커 30여 명이 한 것”이라며 “6월 25일에도 북한에 대한 추가 사이버 공격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與 “종북실체 드러나” 野 “마녀사냥 안돼” ▼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가 북한 대남 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상당수 국내 인사가 포함된 회원 명단을 유출한 것에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5일 서면브리핑에서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친북·종북 세력의 규모와 실체가 드러난 셈”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허영일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여론몰이를 하고 모든 사람을 친북으로 낙인찍는 것은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에 편승한 광기”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도 일부 당원이 회원 명단에 포함됐다는 주장에 대해 “마녀사냥식 신상털기”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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