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시상황 돌입’을 위협하고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한 이후에도 남측 민간단체가 제공한 지원물품을 받아들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북한이 인도적 지원 문제를 최근의 긴장된 한반도 정세와 분리해서 받아들이려는 것인지 주목된다.
정부와 민간단체 등에 따르면 북한은 유진벨재단이 제공하는 결핵약 지원물품을 4일 접수했다. 지난달 22일 승인된 이 지원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민간 대북지원사업이다. 3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의약품을 싣고 출발한 배가 북한 남포항에 도착한 것은 4일. 이날은 북한이 ‘조선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을 통해 “이 시각부터 북남관계는 전시상황에 돌입한다”고 선언(3월 30일)한 지 5일째 되는 날이고,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4월 3일) 다음 날이었다.
북한이 앞으로 인도적 지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유진벨재단 관계자들의 방북이 성사될 것이냐를 보면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 관계자들은 18일 전후로 북한을 방문해 의약품 분배 상황을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들은 모두 외국 시민권자여서 한국 정부의 방북 승인은 필요 없다. 하지만 외국인도 북한의 초청장을 받아야만 방북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높은 만큼 외국인은 대피하라’고 밝힌 북한이 재단 관계자들에게 초청장과 방북 승인을 내주느냐는 북한의 향후 태도를 짐작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또 그 결과는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지원과 국제기구의 대북활동 재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로 북한 내에서 활동하던 국제기구들은 일부 인원을 축소하거나 대피 계획을 세우는 등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현재 3, 4곳의 민간단체가 대북지원을 위해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현재 국면에서는 지원사업에 관여하는 국민의 안전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벨재단 측은 북한의 초청장 발급 여부에 대해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아무 내용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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