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겨울’)’ 주인공 오수 역할을 맡아 대중적 인기뿐만 아니라 연기로도 큰 호평을 얻었다.
극 중 오수는 포커 겜블러로 화려한 삶을 살다가 빚을 지고, 돈을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영(송혜교 분)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오영과 사랑에 빠져 그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열정을 보여준다. 그의 열연에 전국에 ‘오수앓이’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조인성은 인터뷰 내내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장난을 치는 등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군 제대 후 불안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스스로 연기를 잘한 것 같냐는 물음에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견딘 것 같다”며 “사실 연기를 잘 못했으면 이런 인터뷰 자리가 뻘쭘하지 않았을까?”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조인성, 쟤 자기가 연기를 잘 해서 인터뷰를 하는 줄 아나봐. 설마 속으로 그러는 건 아니죠?”라며 기자를 폭소하게도 만든다.
‘그겨울’만큼 진지하고 즐거웠던 오수와의 마지막 인사. 일문일답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여자 스태프들도 ‘오수앓이’, “불쌍해 보여서?”
-‘그겨울’이 끝났다. 종영소감을 묻고 싶다.
“사실 잘 모르겠다. 소감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다행이다’라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그리고 ‘이제 끝났구나’ 정도. 뒤늦게 끝나는 느낌이 들었다. 쫑파티 때 술을 많이 마셨는 데도 다음날 무척 일찍 일어났다. 느낌이 이상했다. 그리고 종영하고 노희경 작가님과 전화를 하는데 눈물이 막 났다. 뭐 배우라는 티를 내려고 그런 건 아닌데.(웃음) 왜 그러는지 모르게 눈물이 많이 나더라. ‘너만 배우니’그러시는데 ‘그냥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고 그랬다.”
-결말이 마음에 드나.
“해피엔딩이다. 마음에 든다. 보는 분들이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연출가의 의도다. 오수가 만약 칼에 찔리고 살아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이는 순간 마지막 10분이 힘이 빠져버릴 거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마치 하늘 나라에 있는 것 처럼 몽환적으로 그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카페에 램즈이어가 있는 등 살아있는 것이라는 암시가 있다.”
-전국이 오수앓이 열풍이다. 주변에도 실제 오수앓이를 한 여성들이 있었나.
“여성 스태프들? 나 되게 좋아했다. 사진 한번 찍자고 막 요청해왔는데 ‘싫어. 찍어주지 않을 거야’ 시크하게 튕겼다.(웃음)”
-오수앓이 열풍이 분 이유가 뭘까.
“글쎄. 불쌍해 보였던 것 같다. 한 여자에게 모든 것을 올인해 사랑하는 모습이 불쌍하게 느껴졌나 보다. 극 중 무철(김태우)도 ‘사랑이 있네’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사랑은 자랑도 생색도 안 통해’라는 대사처럼 오수가 친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오영이 막말을 해도 아무런 핑계를 대지 않는다. 사실 자랑을 하려 하면 영이에게 잘 해준 게 얼마나 많은가. 조직폭력배에게서 구해주고, 병원에 가서 어떻게든 도움을 구하고, 살려주는 대가로 내 생명도 아끼지 않고. 그런 것들을 생색내지 않았다. 그렇게 희생적인 사랑을 한 오수를 사랑해준 게 아닐까.”
●“‘그겨울’서 위로 얻고, 연기 갈증도 채워”
-‘그겨울’을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나.
“과할 정도로 채웠다. 작품도 어렵고, 내게 어려운 신들이 많이 주어졌다. 뭘 믿고 내게 이렇게 어려운 짐을 주시나 싶을 정도로. 해소 이상으로 마치 해우소에 다녀온 느낌이다”
-‘그겨울’을 통해 위로 받은 게 있다면.
“실질적인 위로를 많이 받았다. 작품 전에 저에 대한 말들이 많았잖아요. 얼굴 역변했다는 둥 예전의 조인성이 아니라는 둥. 이 작품 통해서 다시 배우로서 대중에게 보여진 것 같다. 다음 작품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작품 안에서는 송혜교 씨, 노 작가님, 김 감독님 등과 대화하며 많은 위로를 얻었다.”
-‘그겨울’ 연기를 하며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16부를 찍었을 때다. 영이와의 키스신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눈물이 날까? 어떨까. 다행히 느낌이 왔고 신을 잘 찍었다. 다음 신이 영상에 대고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오열을 하며 연기를 하는데 죽겠더라. 세트장 근처가 헬기장이다. 헬기가 뜨면 동시 녹음이 안된다. 가건물에 세팅 한거라 건물이 바르르 떨린다. 마지막으로 연기하는데 그게 다행히 오케이가 났다. 그리고 나서 그날 밤에 진성(김범)에게 칼 찔리는 신 찍었다. 힘들더라. 화면 보니 내 얼굴도 힘들어 보였다. 영이가 수술 받는 거 보다 내가 더 죽어가는 모습으로 나와서….(웃음)”
-상대역 송혜교를 자주 업고, 들고 힘들지 않았나.
“툭하면 업고, 업고 산에 올라가고. 솔직히 힘들었다. 특히 3부에서 물속에서 영이를 들고 나올 때가 정말 힘들었다. 사실 그 강가에 두 번 갔다. 처음 갔을 때는 물이 다 얼어 있어 깨지지도 않아 촬영하지 못했다. 두 번째 갔을 때 찍었는데 모래가 정말 깊다. 발이 쑥쑥 들어간다. 물속에서 한번 무릎을 꿇으니…. 남자들은 알 거다. 쉽게 다시 일어나기가 힘들다. 사랑과 힘은 또 다른 문제다.
겨우겨우 올라와서 또 안고 계속 촬영했다. 화면에서 볼 땐 툭툭 찍는 것 같지만, 내 신 찍고 영이 신도 찍고 계속 찍는다. 나중에 영이가 ‘우리 오빠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면서 내 얼굴을 만질 땐 팔에 힘이 다 빠져 혜교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걷는 모습을 찍는데 못 걷겠더라. 혜교는 진짜 가볍다. 내가 너무 마르기도 했고 팔도 약하고. 다음에는 헬스를 열심히 해서 모든 여배우들 번쩍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웃음)”
●“조인성식 오열, 점점 상품화돼 겁났다”
-‘지질하게 잘 운다’는 평가를 얻었다. 조인성식 우는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작품에서 우는 신이 정말 많았다. 사실 한 사람의 우는 얼굴이 많지 않지 않나. 작품 시작하기 전에 겁이 났다. 내 우는 표정 패턴이 보이고, 우는 게 점점 상품화, 캐릭터화 되어가는 게 신경 쓰였다. 노 작가님에게 그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안 보여줄 수도 있지 않냐며 ‘쟤는 저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소리도 들을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다행히 노 작가님은 내 작품을 다 보셨다. 작가님이 ‘걱정 마. 네가 나이도 먹었고 전과 분명하게 다르니 걱정하지 말고’고 하셨다.
게다가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우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어릴 적 울었던 기억을 계속 뽑아온다. 9, 10회 쯤 송혜교 씨와 내가 장염에 걸려 쓰러진 적이 있다. 노 작가님이 ‘이러다 배우들이 죽겠구나. 감정이 너무 깊구나. 앞으로 울지마. 16부 때 한 번만 울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후에도 대본에는 계속 ‘운다, 운다, 운다’.(웃음)
‘지질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작품에 동화돼 그런 것 같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저 웃어버렸을 거다. 연기가 다 튀고, 웃기다고 손가락질 했을 거다. 그런데 보는 시청자들이 쟤 왜 저렇게 찌질하니, 슬프니 하는 건 인물을 따라온 거다. 노 작가님의 흡입력 있는 전개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인성식 연기 스타일, 고수하고 싶은가 탈피하고 싶은가.
“고수할 거다. 조인성에 있어 조인성을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유명한 배우들을 보면 각자 ‘누구스러운’ 연기가 있지 않나. 그들만의 색깔. 나도 감히 거기에 껴보고 싶다. 그런 것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조인성스러움보다도 생동감이다. 조인성이 생동감을 넘어서 극 중에서 팔딱팔딱 거리는 거다. 노 작가님도 그걸 유지하라고 하시더라. ‘똑같은 우는 연기도 나이가 들면 달라 보일 거다. 네 것을 버리고 나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조인성이 할 수 있는 것 하라’고 하셨다.
●“검색창에 조인성, 하루에 한 번씩 검색”
-CG비용을 아껴주는 연예인 중 한 명이다. 어떻게 몸매, 피부 관리를 하나.
“키는 어떻게 노력할 수 없는 부분이니 부모님께 감사한다. 피부는 이번 작품에서 타이트하게 들어온다는 걸 알고 미리 준비를 했다. 피부과를 못 가니 열심히 팩을 붙였다. 설탕으로 하는 것도 있고, 자기 전에 하는 수면팩도 있더라. ‘무조건 해야 해’라며 자기 전에 꼭 붙이고 잤다.”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모니터링 하는 편인가.
“당연히 본다. 하루에 한 번씩 조인성을 검색한다. 연예인을 하게 되면 다 그렇게 된다. 한 번 해봐라.(웃음)”
-기사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내 연기에 대한 평이 좋은 기사를 보면 기분이 좋다. 작품에 대한 호평도 좋다. 지나친 영상미로 스토리가 안 보였다고도 말하는데 흐름에 몰입해주는 분들은 또 좋게 평가해준다. 모든 사람들이 이 작품을 다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는다. 시청률이 40% 이상 나온 국민 드라마가 아니니까 그럴 거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되기도 하고, 사랑을 알게 하고, 오후 10-11시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제작진과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바라본 기사와 칼럼들 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겨울’의 사전 제작에 관한 기사도 많았다.
‘그겨울’은 8회까지 미리 찍은 반 사전제작 드라마다. 영화와 현재 드라마 시스템의 중간형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촬영하고 붙여보고, 흐름에서 튀는 부분들 다시 편집해서 내보낼 수 있었다. 다른 드라마들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영화처럼 공정시간이 많이 긴 것도 아니다. 중간 형태의 시스템이 새로웠다. 이런 사전제작 시스템이 정착 됐으면 좋겠다. 배우도 그렇지만 제작진들 모두에게 유익하다. 작품의 완성도도 차이가 나지 않나. 기자분들도 같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면 배우와 작가의 싸움이 된다. 나만 이렇게 주장을 하면 ‘조인성 오바한다. 한번 사전 제작을 해봤다고 저런다. 조인성 저거 쓰겠어?’ 이럴 수도 있지 않나. 물론 비용이나 편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좋은 선례들이 있으니 참고하면서 변화해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모두가 고통받지 않고 잘 해낼 수 있는 것 같다.”
●“차기작, 멜로는 NO…오수 잊을 시간 주고 싶다”
-멜로 장르를 많이 했다.
“가족드라마가 아닌 이상 드라마는 대부분 멜로다. 영화는 느와르,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드라마는 표현에 한계가 있으니 사랑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생각해 놓은 차기작이 있나.
“아직 없다. 당분간 멜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올 연말에 다시 멜로 드라마로 나타나면 좀 그렇지 않을까. 혜교와 구구절절 사랑했는데 다시 멜로로 돌아오면…. 나도 캐릭터를 잊을 시간이 필요하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혜교와 그렇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다른 여자와 또 사랑하는 장면을 찍으면 오수의 이미지가 겹치지 않을까 싶다.”
-예능에 출연할 계획은 없나.
“예능? 하고 싶은데 이미 많이 한 것 같다. 고쇼도 했고. 힐링캠프? 아직 힐링 받을 게 없다. 런닝맨? 혜교 업고 많이 뛰었다. 그만 뛰고 싶다. 무한도전? 너무 많이 나왔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캐나다에 간다. CF 촬영차 4800미터 고지에 올라간다. 그러니 런닝맨을 하고 싶겠나.(웃음) 지난 번에 한 번 고립돼 난리도 아니었다. 연기자로서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 옛날에 한 선배님이 그런 말을 했다. 대중들은 좋은 것만 기억한다고. 더 널 실험해보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접 내가 선택을 하며 적극적으로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오수앓이에 빠진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땡큐”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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