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귀찮게하는 기부… 어, 반응 뜨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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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이벤트 홈피에 번호 입력하면 1000원… 병뚜껑 모아주면 개당 100원 적립

“메뉴에 ‘기부’가 있네? 이것도 먹는 건가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푸드코트 ‘에이치키친(h’Kitchen)’을 찾은 김윤아 씨(29·여)가 계산대 직원에게 물었다. 메뉴판에 ‘기부’라는 항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기부 의사를 밝히면 100원이 추가로 결제돼 결식아동을 도울 수 있다”는 안내를 듣고, 식사비용 1만4000원과 함께 200원을 추가로 계산했다. 김 씨는 “평소에는 기업들이 알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스스로 ‘기부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왠지 뿌듯했다”고 말했다.

고객의 자발적 참여에 기댄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케팅이 유통업계에 새로 등장했다. 고객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자동으로 기부가 되는 기존 기부 마케팅과 다르다.

새로운 기부 마케팅은 고객들을 ‘귀찮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봄 한정 메뉴인 ‘러브백’을 출시한 기념으로 기부 행사를 마련해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고객이 스테이크 위에 꽂혀 있는 하트 모양의 표지에 적힌 고유번호를 확인한 뒤 인터넷의 이벤트 페이지에 입력하면 1000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할 수 있다. 아웃백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좋아요’를 클릭하면 500원을 추가로 기부할 수 있다. CJ제일제당도 5월 말까지 ‘헛개컨디션’ 병뚜껑을 모아 고객센터로 보내면 개당 100원씩 기부되는 행사를 마련해 진행 중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귀찮은 일’에 고객들이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웃백 이벤트의 기부 건수는 총 1만2200여 건(홈페이지 6300여 건, 페이스북 5900여 건)에 달해 지금까지 930만여 원의 금액이 모였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많은 사용자들이 이벤트 내용을 친구들과 공유해 자발적으로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아웃백 관계자는 “자동으로 기부가 되는 예전 방식에 비해 기부액은 다소 줄었지만 고객들의 캠페인 인지도와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고객과 함께하는 결식아동 돕기’에 대한 반응도 좋다. 행사 첫날인 6일 35명에 불과했던 참가자 수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16일에는 모두 148명이 기부 메뉴를 선택했다. 이는 첫날의 4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현대백화점은 예상외로 뜨거운 반응에 목표 인원을 하루 100명에서 200명으로 상향조정했다. 여기에 푸드코드의 매출도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케팅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은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예측했던 ‘적절한 불편’이라는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자신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서비스 과잉의 시대에 소비자들이 스스로 능동적인 참여를 원하는 ‘적절한 불편’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기부#노블레스오블라주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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