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13일 공연 ‘해프닝’은 여러모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우선 유튜브 조회수 15억 건을 돌파한 ‘강남스타일’의 후속곡 ‘젠틀맨’이 처음 공개되는 무대였다. ‘젠틀맨’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기 전이어서 궁금증은 증폭됐다. 게다가 제작비 3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급 쇼는 공교롭게도 북한의 전쟁 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리게 됐다. 요즘 TV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남북한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며 김정은과 싸이의 외모를 비교하는 외신도 있었다.
▷한반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급파된 외신 기자들이 싸이의 공연을 취재하려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몰려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외신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젠틀맨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싸이는 “분단은 비극적인 현실이지만 난 본업에 충실하고 싶다. 내 음악을 통해 전 세계에 사랑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북한의 핵 위협을 예상하고 공연 날짜를 잡은 건 아니지만 싸이는 돌발 상황을 계산해 쇼를 기획했다. 그는 공연 중반에 자막을 통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쇼를 준비했으나 동물보호단체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포기했다고 알렸다. 대신 그가 한 마리 새가 된 듯 와이어에 묶여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백의민족을 표현하기 위해 싸이가 미리 공지한 드레스 코드에 따라 흰옷을 입고 흰색 야광봉을 든 5만여 명의 관객들.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돼 날아오른 싸이.
▷신곡 ‘젠틀맨’을 부를 때가 이날 쇼의 가장 뜨거운 순간이었다면, 싸이가 비둘기처럼 날아다니며 관객과 하나가 돼 열창하는 대목은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뉴욕타임스 CNN BBC 알자지라 등 외신 기자 100여 명은 현장을 스케치했고, 이 모든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외국 투자자들이라면 “안심하고 투자하라”는 대통령의 말보다 “마더 파더 젠틀맨”이라는 싸이의 신나는 노랫말에 마음을 놓게 되지 않았을까. ‘젠틀맨’이 세계인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도 ‘시건방 춤’을 추게 하는 최고의 반전(反戰) 노래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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