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9시 싸이가 유튜브에 업로드한 젠틀맨 공식 뮤직비디오는 공개 26시간 만인 14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조회수 2200만 건을 넘어섰다. 아이튠스 차트에서도 여러 나라에서 1위를 석권한 데 이어 미국에서 35위까지 급등했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콘서트 ‘해프닝’을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본 누리꾼도 15만 명이 넘었다. ‘강남스타일’의 신드롬을 재현할지, 반짝 관심으로 끝날지에 눈길이 쏠린다.
○젠틀맨, 제2의 강남스타일 될까
빌보드 차트를 발표하는 빌보드닷컴은 14일 메인 화면 상단을 털어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소개했다.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올랐었다.
빌보드는 “강남스타일의 후속곡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즉 미친 싸이(crazy PSY)를 더 많이 보여준다”면서 “강남스타일에 등장했던 유재석, 노홍철, 노인들에 더해 성적인 코드를 더 심었다”고 했다. 이어 “(시건방춤) 안무는 2009년 케이팝 히트곡 ‘아브라카다브라’에 기반했다”며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뮤직비디오 링크까지 기사에 실었다.
13일 싸이의 공연장에서 만난 외신 기자들은 다소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엑스퍼트 매거진의 드미트리 소코로프미트리치 에디터는 “뮤직비디오에는 성적인 코드와 유머가 적절히 섞여 있지만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능가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AFP통신의 홍콩 특파원 루비 픽은 “신곡은 강남스타일보다 떨어진다. 반복 리듬으로 각인은 잘되지만 기대한 만큼의 곡이 아니라 실망스럽다”고 했다.
○뮤직비디오, ‘강남’ 공식 따르되 수위는 높여
젠틀맨의 뮤직비디오는 강남스타일의 인기 공식을 철저히 따라 속편처럼 제작됐다. 선정성은 한층 높아졌다. 놀이터, 수영장, 헬스클럽, 마포대교 같은 서울 시내를 배경으로 했고 노인과 아이, 개그맨들을 다시 등장시켰다.
싸이는 영상 속에서 시종일관 젊은 여성과 아이를 골탕 먹인다. 젠틀맨이란 제목과 반대다. 싸이는 트레드밀(러닝머신)의 속도를 높여 여성을 미끄러지게 하고, 앉으려는 의자를 빼내 젊은 여성을 넘어뜨린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여성에게는 자신의 방귀 냄새를 맡게 한다.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신체에 직접 손을 갖다댄다.
‘말춤’을 대체한 중심 안무는 2009년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아브라카다브라’를 부르며 췄던 ‘시건방춤’이지만 동작의 폭과 속도를 낮춰 더 능글맞게 바꿨다.
싸이는 “(가사 중의) ‘마더 파더 젠틀맨’ ‘알랑가몰라’가 너무 ‘싼티’(저속한 느낌)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고급스러운 곡도 만들어뒀지만 가장 저다운 걸 찾자는 마음에 젠틀맨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랑가몰라’ ‘말이야’는 된소리가 덜해 어느 나라 사람이건 따라할 수 있는 단어다. 발음이 쉬운 한국어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오묘한 한국어 발음은 벌써 세계인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오빤 강남스타일’이 ‘오픈 콘돔스타일’로 오해된 것과 비슷하다. 미국의 음악 전문 사이트 팝더스트는 “젠틀맨에서 임질(gonorrhea)이란 단어가 들린다”고 해석했다. ‘∼게 말이야’ 부분을 오독한 것. ‘화끈해’가 ‘박근혜’로 들린다는 평도 나온다.
○화려한 영상에 와이어 액션… 가장 비싼 컴백 쇼
싸이의 콘서트는 제작비 30억 원이 투자된 세계적인 컴백 쇼였다. 유럽과 미국 시간으로는 일요일 새벽이나 이른 아침이었지만 세계 누리꾼 15만 명이 유튜브 생중계에 몰려들었다. 싸이는 ‘거위의 꿈’을 부르며 드넓은 축구경기장 상공을 종횡무진 날아다녔다. 콘서트의 와이어 액션으로서는 초유의 규모였다. 비욘세 패러디 무대도 선보였다.
그간의 싸이 콘서트와 내용은 거의 같았지만 신곡의 최초 공개 무대인 만큼 유튜브 생중계에 특화시킨 연출이 눈에 띄었다.
싸이의 측근은 “싸이는 콘서트를 잘 마쳐 만족스러워했지만 젠틀맨의 성과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에는 아직 초기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싸이는 한국에 일주일 정도 더 머물다 다음 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해 한 달 정도 현지에 머물며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후 유럽과 아시아 각국을 돌며 젠틀맨 알리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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