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 南도 대화 여지 남긴채 성명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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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대화제의 일단 거부… 靑 “유감”

북한이 14일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일단 거부한 것은 아직 대화로 전환하기에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판단과 함께 공을 상대방에게 넘겨 좀 더 나은 협상 여건을 만들기 위한 복합적 포석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 집권자와 통일부 수장이라는 자가 대화 제의를 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도발이니 핵 포기니 독기 어린 망발을 떠들어댄 것은 적대의식과 대결적 속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조선 당국이 대화 의지가 있다면 말장난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결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앞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가 마는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해 대화 성사의 여지를 남겼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에 남북대화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과정을 볼 때 북한의 이번 반응은 대화를 앞두고 기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의 제안에 바로 호응하는 반응을 내놓기보다는 남측의 구체적인 대화 제안과 태도 변화를 먼저 요구했다는 얘기다.

통일부도 이날 첫 반응은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절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평가는 달랐다. 메시지 수위를 좀 더 높여야 한다고 판단한 청와대는 14일 오후부터 분주해졌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우리 정부의 성의 있는 대화 제의를 북한이 조평통 대변인의 언급으로 성의 없이 무시한 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8시경부터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이정현 정무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등이 회의를 열어 북한에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늦은 밤에라도 정부 입장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정부 입장 발표는 오후 9시 35분 이뤄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을 만나 여러 번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서도 똑같은 메시지를 전했다”며 “그럼에도 찬물을 끼얹는 식의 성의 없는 방식으로 대화 제의를 거부한 데다 우리 정부를 향해 온갖 악담을 퍼부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의 불쾌감을 전하고 북한이 올바로 대응하기를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긴급 입장 발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로서는 북한이 어찌됐건 일단 대화를 거부한 상황에서 북한에 끌려가는 모양새를 피하고 시간을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통일부의 논평대로 언론 보도가 나가면 북한은 또다시 그것을 빌미로 ‘남한이 북한과의 대화에 목을 매고 있다’는 둥 억지주장을 할 가능성이 커 정부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일성 생일(태양절·15일)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정부 당국자는 “말할 수 없다. 직접 연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 반응이 부정적인 만큼 17일로 계획된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의 방북 신청도 수용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한편 이날 통일부의 입장 표명 이후 청와대가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은 것에 대해 대북 정책의 일관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대북 메시지에 혼선을 준 것은 이번이 3번째다. 11일 대북성명에 대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공식 대화 제의는 아니다”고 밝혔으나 그날 저녁 청와대가 “대화 제의가 맞다”고 정정했고, 12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 대화하자는 건 상황을 악화시킨다”며 정부 기조와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

조숭호·이재명 기자 shcho@donga.com
#북한#대화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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