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젠틀맨’엔 포인트 안무가 5개나 들어갔어요. 두 달 동안 머리 싸매 만든 안무들을 집대성한 겁니다.”
‘강남스타일’에 이어 ‘젠틀맨’의 안무를 맡은 이주선 단장(39·사진)은 15일 수화기 너머로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젠틀맨’의 포인트 안무 5가지는 이렇다. 우선 거만하게 턱을 들고 팔짱을 끼며 카메라를 응시하곤 골반을 좌우로 부드럽게 흔드는 동작인 ‘시건방춤’이 메인 안무다. 옆으로 이동하며 두 손은 진행 반대 방향으로 두는 ‘좀비춤’이 두 번째. 이 밖에 무대에서 일자로 누워 있는 남자 댄서가 90도로 두 다리를 들어올리면 여자 댄서가 남자 댄서의 구두바닥에 팔을 올린 다음 골반을 좌우로 흔드는 ‘팔걸이춤’, 팔을 앞으로 쭉 뻗고 배 쪽으로 끌어당기며 골반을 튀기는 ‘말이야춤’, 음악이 고조되는 간주 부분에 댄서들이 앞뒤로 격렬히 스텝을 밟으며 팔을 웨이브 타듯 움직이다 박수 치는 ‘스텝춤’이 있다.
이 단장은 2004년부터 싸이의 ‘위 아 더 원’과 ‘연예인’을 비롯한 주요 곡의 안무를 맡아 왔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의 말춤이 대박을 낸 후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수십 가지 포인트 안무를 짰어요. 그래도 말춤만 한 게 안 나왔죠. 싸이 쪽에서 마음에 안 든다고 계속 ‘펜치’(거절을 뜻하는 속어) 맞았고요. 안무를 짜는 도중에 노래가 계속 바뀌어 더 힘들었어요.”
시건방춤은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2009년)의 포인트 안무를 싸이의 체형에 맞게 해석한 것이다. “싸이 쪽에서 시건방춤을 주문했어요. 요구하는 대로 해야 하는 게 저희들 일이어서 어쩔 수 없었죠.” 그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이번 ‘젠틀맨’ 안무로는 얼마나 벌었을까. “안무비는 다 비슷해요. 300만∼500만 원 선에서 재량껏 1000만 원도 받을 수 있죠. 남들은 제가 수십억 원씩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5000만 원도 못 벌었어요. 근데 강남스타일 말춤보다는 많이 받았습니다. 하하.”
그는 다음 주 싸이와 함께 해외활동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한다.
▼ 의상담당 디자이너 홍혜원 실장 ▼
뽕 들어간 재킷에 ‘똥싼 바지’ 허리-골반 흔드는 안무에 적합
‘강남스타일’인 오빠는 풀어 헤친 보타이에 반듯한 정장을 차려입고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였다. ‘젠틀맨’은 어깨에 잔뜩 뽕이 들어간 재킷에 똥 싼 바지를 차려입은 용기, 패기, 똘끼로 뭉친 멋쟁이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싸이가 입고 나온 의상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르다. 정장 차림에 동그란 프레임의 선글라스를 끼고 정장 구두를 신은 것은 공통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젠틀맨’의 의상에는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히트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한껏 묻어난다.
‘강남스타일’에 이어 ‘젠틀맨’의 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 홍혜원 실장(33·사진)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잘 차려입은 남자가 B급 문화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기본 바탕은 같다. 다만 파워 숄더로 젠틀맨으로서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 차별점이다”라고 설명했다.
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해프닝’ 무대에서도 싸이는 허리까지 올라오는 하이웨이스트 배기팬츠에 파워숄더 재킷을 입었다. 홍 실장은 “싸이가 워낙 정장을 고집해 왔고 평소에 배기팬츠를 즐겨 입어 무대의상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검은색 배기바지에 다양한 색상의 재킷 10여 벌, 흰색과 검은색 셔츠 1장씩을 입고 나왔다. 모두 맞춤옷이다. 구두는 춤추기 편한 걸로 제작하거나 기성화를 사서 신기도 한다. 제작비는 대외비다.
‘젠틀맨’ 의상의 디자인은 안무가 돋보이도록 만들어졌다. 허리띠는 허리와 골반을 강조한다. 거만하게 서서 골반을 좌우로 리듬을 타듯 흔드는 포인트 안무 ‘시건방춤’을 살려 주는 디자인이다. 하이웨이스트는 싸이의 처진 뱃살을 가려 주는 장점도 있다. 반짝이가 박힌 어깨 뽕은 파티에서 위풍당당하게 즐기는 젠틀맨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의상의 색깔은 ‘강남스타일’과 동일하다. 홍 실장은 “세련됨을 강조하기 위해 검은색과 흰색을 기본으로 하고 하늘색, 분홍색 같은 조금 더 컬러풀한 재킷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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