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464조→480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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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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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 편성으로 재정건전성 비상

저(低)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승부수로 정부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국가부채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추경 규모는 정부가 쓸 수 있는 ‘극한’이라고 평가했다.

즉,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한도까지 돈을 꺼내 경기활성화에 쏟아 부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추경의 효과가 정부의 기대보다 낮아진다면 자칫 경기침체와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苦)’를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정부는 각종 기금확대로 충원할 2조 원을 제외한 17조3000억 원의 추경 예산 가운데 15조9000억 원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한국은행 잉여금(2000억 원), 세출 감액(3000억 원), 지난해 거둬들인 세금에서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3000억 원, 정부 운영 기금의 여유자금(6000억 원) 등을 활용한다. 추경 예산의 91.3%를 채권발행을 통해 ‘빌린 자금’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재정의 건전성은 당연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464조6000억 원에서 480조5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10년 전인 2003년의 국가채무(165조8000억 원)의 3배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4.3%에서 36.2%로 1.9%포인트 높아져 2015년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30% 미만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02.9%에 비해 낮지만 최근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려면 경제성장을 통해 GDP가 늘어야 하지만 2년 연속으로 2%대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이 역시 어려워진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추경 편성으로 국가채무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매우 빠른 것”이라며 “이번 추경은 재정건전성을 ‘현저히’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쓴 마지막 카드”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국채발행 확대로 향후 채권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채무 조기상환 등 시장조성용 국채발행을 7조 원가량 줄이면서 실제 국채발행 물량은 8조9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포인트 이상 급등했던 2009년 추경 편성 때와 같은 혼란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으로 국채 금리가 0.2∼0.3%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나정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 추경 때는 너무 많은 국고채가 갑자기 쏟아져 나와 큰 혼란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국가채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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