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루이뷔통?… 1세대 명품들 굴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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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 디오르 펜디 등 매출 하락세 뚜렷… 상류층은 희소 브랜드 찾고 중산층은 지갑 닫아

거리에서 3초만 있으면 같은 가방을 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뜻에서 ‘3초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나가던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최근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발표된 해외 유명 브랜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1세대 명품’으로 인기를 누렸던 구치, 디오르, 펜디 등의 영업실적이 지난해부터 줄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치의 매출은 2011년 2959억 원에서 지난해 2825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460억 원에서 301억 원으로 감소했다. 구치 측은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고가 라인을 늘리면서 나타난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디오르는 지난해 294억 원의 매출에 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앞서 2011년에는 매출 302억 원에 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매출은 줄고 영업손실 규모는 커졌다. 펜디도 매출이 342억 원에서 308억 원으로 감소했다.

매출 부진설에 시달리고 있는 루이뷔통코리아는 지난해 말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꿨다. 유한회사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유한회사 전환과 함께 1994년부터 루이뷔통코리아를 총괄해 온 조현욱 회장이 1월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가 루이뷔통의 실적 부진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루이뷔통은 올해 1, 2월 주요 백화점에서 일제히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성장했다. 루이뷔통코리아 측은 “유한회사 전환은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내린 본사 차원의 결정”이라며 “성장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매출 자체는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발리는 아예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수입사인 DKSH코리아는 계약 종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매출 부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위 ‘1세대 명품’ 브랜드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면 일부 국내 브랜드와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는 선전(善戰)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쿠론’은 매출이 2011년 120억 원에서 지난해 4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금강제화의 ‘브루노말리’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매출 7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1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2011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해외 브랜드 알렉산더 왕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지방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상류층은 더 희소한 브랜드로 옮겨 탄 반면 중산층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해외 수입 브랜드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해외 직접구매가 활성화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로고만 달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은 끝났다”며 “과시형 소비보다는 실속 있게 개성을 드러내는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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