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뮤지컬서 배우로 무대에 선 박칼린 “조울증 배역-음악 긴장감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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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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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3시간씩 목터져라 노래 연습

박칼린은 “뮤지컬 속 남편 남경주·이정렬은 늘 힘이 되는 존재다”라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박칼린은 “뮤지컬 속 남편 남경주·이정렬은 늘 힘이 되는 존재다”라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누구나 완벽한 가정을 꿈꾼다. 하지만 완벽한 가정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여도 그 안에서 누군가는 가족 때문에 상처받고 아파한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상처투성이 가족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주인공 다이애나는 17년 전 장폐색증으로 잃은 아들을 그리워하다 조울증과 망상에 시달린다. 약물치료, 최면치료, 심지어 전기치료까지 받지만 조울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남편 댄(남경주 이정렬 더블캐스팅)의 노력도 효과가 없다. 아내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려고 온갖 시도를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댄 역시 점점 지쳐가게 된다. 다이애나의 조울증은 끝내 낫지 않고 극은 마무리된다. 우리의 삶에서도 부딪힐 수 있는 일이기에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결말을 맺는다.

박칼린(46)은 이번 뮤지컬에서 다이애나를 연기한다. 배우로 무대에 오르는 건 2년 만이다. 당시에도 ‘넥스트 투 노멀’에서 다이애나의 아픔을 연기했다. 박칼린은 “이 작품만큼은 음악감독이나 연출자가 아닌 배우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매우 현실적인 작품이에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잖아요. 뮤지컬에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필요해요.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작품이 있다면 ‘넥스트 투 노멀’처럼 진행형으로 마치는 작품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번 작품이 배역만 마음에 든 건 아니다. 재즈, 팝, 록으로 긴장감을 더해주는 음악과 가족 간의 갈등을 그려 놓은 듯한 3층 구조의 무대 세트, 다이애나의 심리에 따라 달라지는 의상도 박칼린을 사로잡았다.

“기가 막힌 작품이죠.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어요. 스토리, 음악, 세트, 화려한 조명까지…. 매번 볼 때마다 감탄하고 있어요.”

‘넥스트 투 노멀’은 2011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돌아왔다. 제작발표회 당시 박칼린은 “더욱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초연에서는 어떤 아쉬움이 있었을까.

“초연은 어느 배우나 다 아쉬움이 남을 거예요. 그때 했던 연기와 노래가 ‘올바른 해석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표현에 대한 부족함도 조금 있었고요. 특히 기술적인 면이 조금 아쉬웠어요. 영어로 노래를 부를 때와 한국어로 노래할 때 쓰는 목 근육이 달라 목청을 잘 사용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매일 고민을 하며 노래를 했어요. 자동차 안에서 3시간씩 노래를 불렀는걸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할 때까지요.(웃음)”

박칼린은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음악감독 중 한 명이다. 감독이 아닌 배우로 무대에 서면 다른 기분이 들지 않을까. 이에 대해 박칼린은 “‘지시를 하느냐 받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뮤지컬을 대하는 마인드는 똑같다”고 말했다.

“좋은 작품을 위해 감독이나 배우나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배우는 목을 써서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한다는 게 다를 뿐이죠. 작품에 대한 애착과 더 나은 표현을 위한 분석은 어느 위치에서든 똑같아요.”

막이 내려지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에서 박칼린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그는 “그것은 관객의 자유”라고 대답했다.

“관객은 자유롭게 느낄 권리가 있어요. 특히 이 작품은 더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야기에 빠지고 음악을 들으며 원하는 대로 즐기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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