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웅어, 가을 전어.’ 미식가들은 말도 잘 만들어 낸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봄 웅어’라는 말은 생소하다. 하지만 웅어 마니아들한테는 당연한 얘기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리 금강변에서 90년 역사를 자랑하며 3대째 이어온 ‘황산옥’ 며느리 모숙자 씨(55)는 “지금도 웅어회 애호가는 봄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청어목 멸칫과인 웅어를 이 지역에선 ‘우어’라고 부른다.
길이 30cm 안팎의 날씬한 은빛 물고기로 칼처럼 생겼다. 전어보다는 몸매가 날렵하다. 웅어는 연안에 살다가 4, 5월이면 산란을 위해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습성은 연어와 비슷하다. 산란을 앞둔 터라 자기 몸을 살찌운다. 기름기가 많고 아작아작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하다. 보리 이삭이 패는 요즘이 바로 제철이다. 봄 이외의 계절에 식탁에 오르는 것은 봄에 잡아 냉동해 둔 것이다.
웅어를 둘러싼 스토리도 많다. 전해 오는 얘기에 의하면 백제 의자왕이 즐겼다 해서 ‘의어’라 했다 한다. 또 소정방이 백제를 함락시킨 후 의자왕이 즐겨 먹었던 백마강 생선(웅어)을 찾았으나 모두 도망가는 바람에 의리 있는 생선이라 해서 ‘의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웅어란 이름도 웅어가 많이 잡혔던 전북 익산 웅포(熊浦)나, 백제의 수도 ‘웅진(熊津)’을 따서 지었다는 말도 있다.
조선 말기 한강 하류에 ‘위어소(葦漁所)’를 두어 이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별미는 별미였던 모양이다. ‘위어소’의 ‘위(葦)’는 갈대를 뜻하는데 웅어가 갈대밭에 산란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금강 낙동강 섬진강 한강 하류 등지에서 이맘때 잡힌다. 금강에선 하굿둑이 생긴 뒤 웅어가 강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둑 아래쪽에서 잡힌다. 전북 군산과 익산, 충남 서천, 전남 목포, 인천 강화 등지가 주 생산지다. 부산 사하구 하단어촌계는 매년 5월 웅어 축제를 열기도 하는데 낙동강 하류에서 잡은 것이다.
웅어는 뼈째 송송 썰어 초장에 찍어 먹거나 구워도 먹는다. 하지만 미나리와 오이 당근 양파 등의 각종 채소와 참기름, 참깨와 버무린 무침이 최고다. 충청도에서는 김으로 싸서 먹는다. 충청도가 아닌 다른 지방에서는 마늘과 고추를 넣어 상추에 싸서 먹는다.
회로 먹을 땐 칼질이 중요하다. 뼈가 머리에서 꼬리 아래 방향으로 향해 있어 썰 때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썰어야 뼈째 오독오독 씹어 먹기 좋다.
지금 이맘때 즐길 수 있는 곳은 충남 강경과 부여, 전북 익산 웅포 등지다. 강경에서는 황산옥(041-745-4836)이 90년 전통을 자랑하며 부여 금강변에 있는 신흥옥(041-833-3015)도 40년째 웅어를 취급하고 있다. 전북 익산 어부식당(063-862-6827) 등 몇몇 식당의 웅어회는 전북 10대 별미로 선정됐다. 4인이 즐길 수 있는 한 접시(25cm 크기 기준 6, 7마리)에 3만5000∼4만 원 정도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