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3부]‘허울뿐인 스쿨존’ 또 비극을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이번에는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차에 치여 숨졌다. 2월에는 태권도장 승합차에, 3월에는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어린 생명이 꺾였다. 어른들의 반칙운전이 고쳐지지 않는 사이 아이들은 계속 비참한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16일 오후 5시경 서울 동작구 상도동 Y어린이집 앞 이면도로에서 최태호(가명·5) 군이 지모 씨(50)의 스타렉스 승합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어린이집을 나와 15m가량의 내리막길을 달려온 최 군이 이면도로로 들어서는 것을 지 씨가 늦게 발견한 탓이다. 아들을 데리러 왔던 최 군의 어머니가 어린이집 현관에서 신발을 신느라 최 군을 불과 몇 초 늦게 쫓아 나온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 어린이집 스쿨존 구간 124m 중 인도가 깔린 곳은 26m 정도에 불과하다. 어린이들은 매일 차량과 뒤섞인 채 앞을 지나다녀야 한다. 그나마 인도가 끊기는 곳을 전봇대가 가리고 있어 차도로 나오는 보행자를 미처 보지 못한 운전자가 사고를 일으키기 쉬운 구조다. 동작구는 사고가 난 뒤인 17일에야 어린이집 앞에 반사거울을 설치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교사 등 목격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내리막길과 이면도로가 만나는 곳에 ‘불법 주정차 금지’ 안내판을 무시한 승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체구가 작은 최 군이 불법 주정차한 승합차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사고를 당했다면 해당 승합차가 주된 사고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한 승합차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차량 운전자가 제한속도(시속 30km)를 지켰다면 충분히 멈출 수 있는 거리다. 경찰은 지 씨가 제한속도를 지켰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어린이집 앞 도로엔 과속방지턱이 4개 설치돼 있었지만 이 중 2개의 높이는 방지턱 설치기준인 10cm보다 훨씬 낮은 3cm가량이었다. 과속 단속 카메라도 없는 곳이라 차량은 좁은 이면도로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어린이집 앞을 지나다녔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은 18일 Y 어린이집 앞에선 아이들이 맞은편 놀이터에 있는 친구를 향해 주변도 살피지 않고 횡단보도가 없는 길을 뛰어 건너갔다. 부모들은 “도로에 개미가 있다”며 뛰어가려는 아이를 붙잡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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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어린이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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