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나온 서상인 육군포병 소령, 전동차 충돌직전 장애인 밀쳐내
“당연한일 했을뿐” 다리 깁스후 복귀
한 장애인이 자살을 마음먹고 역으로 들어오는 전동차를 향해 뛰어들자 이를 본 현역 육군 대대장이 철로로 뛰어내려 극적으로 구해냈다.
20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동두천시 지하철 1호선 지행역 서울행 승강장. 안내방송과 함께 멀리서 불빛을 밝히며 전동차가 다가오는 순간 승강장에 서 있던 한 남자(57)가 철로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비명과 고함을 질렀다. 그때 승강장에 있던 육군 6포병여단 독수리부대 대대장 서상인 소령(41·사진)이 철로로 뛰어내렸다. 서 소령은 남자를 반대편 선로로 밀쳐내면서 자신도 함께 뒹굴었다. 다행히 전동차는 서 소령 앞 20m 전방에서 ‘끼∼익’ 굉음을 내며 멈춰 섰다. 전동차 기관사가 이들의 모습을 보고 급제동을 한 것이다. 밀쳐낸 남성을 살펴보니 눈에 초점이 없이 멍하니 얼이 빠져 있을 뿐 다친 곳 없이 멀쩡했다. 철로에 뛰어든 이 남성은 경찰조사 결과 정신지체 3급으로 지병이 있는 데다 홀아버지와 함께 사는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서 소령은 전 부대에서 부하였다가 전역한 예비역 중위(26)를 만난 뒤 바래다주던 길이었다. 넘어지면서 왼쪽 무릎을 다친 서 소령은 인근 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깁스를 한 채 21일 부대로 복귀했다.
서 소령은 “순간적으로 그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없었다”며 “병원에 와서야 ‘내가 위험할 수도 있었겠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부인 박경하 씨(41·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소식을 듣고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 있었고 걱정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하는 얼굴이었다. 딸 여진 양(15)과 아들 민교 군(14)은 전화를 걸어 “훌륭하고 멋지고 자랑스럽다. 아빠 최고다”라며 격려를 보내왔다.
서 소령은 1994년 8월 일반병으로 입대했다가 1년 뒤 간부사관 1기에 들어가 96년 9월 소위로 임관했다. 평소 이웃 돕기와 봉사에 관심이 많고 최근 2년간 에티오피아 난민 돕기에 성금을 보내기도 했다. 서 소령은 “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장교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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