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패션,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남자는 전형적인 정장 차림, 여성도 중성적인 바지 정장, 혹은 평범한 투피스 정장 차림이 연상된다. 그런데 요즘 패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국회의원이 있다. 녹색정의당 초선의원이자 당대표인 노민영 의원. 물론 드라마 속에서다. SBS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국회를 배경으로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신랄하고도 코믹하게 풍자하며, 그 속에서 싹트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정치적 신념이 다르고 소속 정당도 다른 남녀 의원 노민영(이민정 분)과 김수영(신하균 분). 이들의 비밀 연애를 담아 국회 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도 불리는 로맨틱 코미디다. 노민영 의원으로 열연하고 있는 이민정은 세련되지만 과하지 않은 패션 감각을 연출, 아름답고 똑똑한 국회의원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그려낸다. 사실 여성 공직자에게 ‘패션은 어려운 과제’다. 너무 잘 입으면 사치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너무 못 입어도 센스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민정은 양쪽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는 센스를 보여준다.
심플한 검정 색 수트에 와인색의 클래식한 시계 하나로 포인트를 주거나 베이지와 아이보리 색을 배색한 검정 재킷을 입는 등 단조로울 수 있는 정장 차림이라도 액세서리나 디테일로 센스있게 변화를 주고 있다.
여성 정치인들의 패션 메시지 재킷이라는 기본 아이템에 충실하면서도 포인트 디테일로 변화를 준 세련된 선택은 워크숍 강의 장면에서도 볼 수 있다. 러플 장식과 네크라인 디자인이 독특한 흰색 재킷이 바로 그것. 흰색 재킷에는 같은 흰색 이너를 받쳐 입어 ‘화이트 온 화이트’의 세련된 코디 정석을 연출한 것도 눈여겨볼만한 센스다.
블랙 앤 화이트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세련되고 산뜻한 멋이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커리어우먼 룩으로 애용되는 컬러 조합이다. 그런데 단순히 화이트 컬러로 커리어우먼 룩을 차려입는다고 해서 노멀 재킷, 일자 스커트와 블라우스로 스타일링 한다면 고루한 이미지를 낳는 일. 이민정의 센스는 여기서도 발휘된다. 칼라 부분만 검정색 배색이 된 흰색 블라우스를 흰색 재킷 안에 받쳐 입고 검정 팬츠를 매치하거나, 검정 줄무늬 티셔츠에 베이지 컬러 코트를 입는 등 섬세한 감각 연출을 놓치지 않는다.
워스트드레서로 뽑혀 가십 기사가 실린 고동숙 의원(김정난 분)은 “멘탈이 품위 있어야지 패션만 품위 있으면 돼?” 라고 외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옷만 그럴듯한 것도 곤란하지만 패션, 즉 스타일은 그의 인격, 삶의 방식과 가치관까지 드러내는 메시지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에게 패션은 이제 단순한 옷 입기가 아니라 전달의 한 수단이 되고 있다. 첫 인상에서 풍기는 가장 영향력 있는 요소는 단연 그녀가 ‘입은 옷’이다. 실제 국민에게 신뢰를 얻었던 여성 지도자들은 카리스마와 설득력 있는 모습을 패션 스타일로 보여준 공통점이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수상이나 메르켈 독일 총리, 미국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 등은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갖고 있다. 패션 아이콘으로 유행을 이끌었던 케네디 대통령 미망인 고 재클린 케네디, 최근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중국의 이미지를 바꿔놓을 퍼스트레이디’란 찬사를 받은 중국 시진핑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역시 패션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을 분석하는 기사가 끊임없이 지면을 장식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글쓴이 김경화씨는... Active Coaching 연구소 이사. 여성지 ‘주부생활’ ‘퀸’ ‘25ans' ‘로피시엘’ 등에서 패션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후 코칭으로 진로를 바꿔 비즈니스 라이프 코치로 일하고 있다. hwa3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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