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가 케빈에게 ‘넌 고양이 같아’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어요. 케빈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강사)
“고양이는 사랑스러우니까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에이, 도둑고양이는 더러워요. 기분이 나쁠 것 같아요.”(학생들)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사 전주은 씨(44·여)가 동영상 자료를 보여주며 묻자 학생들은 손을 들고 서로 다른 대답을 했다.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중앙동의 신봉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에서다. 이 학교 학생 22명이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 강사는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기분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교육은 굿네이버스가 주최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굿네이버스는 학교폭력 대부분이 ‘방관’에서 일어난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각 초등학교의 신청을 받아 학생들이 학교폭력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도록 교육하고 있다.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고 학급에서 일어나는 왕따 압력을 무너뜨려 공감을 통해 학교폭력을 방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전국 203개 초등학교 1만9304명이 교육을 받았고 올해도 495개교 6만2975명이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반에서 영주는 실수로 반에서 가장 잘나가는 지혜의 옷에 물을 쏟았지만 말과 행동이 느려 바로 사과하지 못했어요. 그러자 영주는 뻔뻔한 아이가 돼 왕따를 당하고 있어요.”
강사가 그림자극을 보여주며 왕따 상황을 설명했다. 영주의 사소한 실수로 반 학생들까지 나서 영주를 괴롭히거나 모른 척하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저건 영주가 나쁜 건 아닌데…”, “지혜보다 반 친구들이 더 나빠”라고 했다. 강사는 38명의 목격자가 있었지만 ‘누군가는 신고하겠지’라며 방관만 하다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미국의 제노비스 살인사건을 보여주며 “알면서 모른 체하는 무관심이 왕따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영주의 입장이 돼서 모두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크게 말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약속 게시판’을 만들어 ‘나쁜 소문 퍼뜨리지 않기’, ‘나와 다른 친구 모습 인정하기’ 등의 문구를 써넣었다. 수업을 들은 강예현 양은 “학교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 옆에서 위로해 주고 다른 친구들과도 얘기를 나눠 적극적인 방어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명진 군은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가해자를 먼저 말리고 피해자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휘말릴까 봐 방관자가 되라고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는 방어자가 돼야 학교폭력이 예방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