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발굴·스타 기용 탁월한 카리스마 34R 애스턴빌라전 반페르시 ‘해트트릭’ 2위와 16점차…잔여경기 상관없이 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상을 밟았다.
맨유는 23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애스턴빌라와의 정규리그 34라운드에서 로빈 판 페르시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3-0 대승을 일궜다. 27승3무4패(승점 84)를 기록해 남은 4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맨유 보다 한 경기 덜 치른 연고 라이벌이자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시티(20승8무5패·승점 68)가 전승을 거둬도 선두 탈환은 불가능하다. 맨유는 한 시즌 만에 챔피언을 되찾았다.
○퍼거슨의 힘
2년 전 리그를 제패했을 때 맨유는 통산 19회로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올 시즌 다시 정상에 오르면서 우승 기록은 20회가 됐다. 중심에는 27년차 위대한 사령탑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있다. 1986년 11월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퍼거슨이 구단 진열장에 쌓은 우승 트로피만 38개. 정규리그 우승도 13차례로 최다 기록이다.
지금이야 맨유가 잉글랜드 최고 구단으로 인정받지만 퍼거슨 감독이 부임한 시점은 과거의 영광을 그리는 시절이었다. 당시는 맨유와 앙숙인 리버풀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짧았다. 부임 4년 만인 1989∼1990시즌 FA컵 우승을 기점으로 메이저 대회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경력의 정점은 1999년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3관왕(정규리그,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차지했을 때였다. 스코틀랜드인이지만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건 당연지사. 퍼거슨 감독에게 따라붙는 호칭도 ‘Sir(경)’가 됐다.
그런데도 퍼거슨 감독은 항상 배가 고프다. 정규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차지했음에도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역대 최다 승점. 주제 무리뉴(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첼시 부임 첫 해인 2004∼2005시즌 세운 승점 95(29승8무1패)가 기록이다. 맨유는 1993∼1994시즌 승점 92로 우승한 바 있고, 1999∼2000시즌 91점을 땄다. 앞으로 남은 4경기에서 전승한다면 첼시의 기록도, 구단 역대 기록도 깰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FA컵 등 정규리그를 제외한 나머지 대회를 일찍 접었기에 오직 남은 4경기에만 전념하면 된다.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선수단에 뚜렷한 목표의식을 심어줌으로서 흐트러질 수 있는 팀 분위기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사실 지난 시즌만 해도 상처를 받았다. 맨시티가 맨유를 따돌리고 챔피언에 오르자 영국 현지에서는 “퍼거슨의 시대가 끝났다”는 성급한 평가가 나왔다. 2위에 올랐고, 과거 숱한 대회에서 우승했음에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유는 딱 두 가지. 퍼거슨 감독이 고령이라는 점, 팀이 맨유라는 사실 탓이었다. 그렇지만 맨유는 프리미어리그로 전환된 1992∼1993시즌부터 진행된 21차례 시즌 중 13회를 평정했다. ‘맨유 천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유망주 발굴, 키우고 잘라야 할 때를 잘 아는 스타 경영, 적절한 변화와 탁월한 선수단 로테이션까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성이 있어 가능한 업적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작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했고,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여전히 많은 영건들이 준비돼 있다. 맨유는 더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