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까지만 해도 무수단급 미사일 발사 징후를 내비치며 위기를 고조시키던 북한이 최근에는 잠행(潛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이런저런 조건을 내거는 변죽 울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단이 마땅하지 않은 정부의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인민군 창건일(25일)을 하루 앞둔 24일에도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쏠 듯 말 듯 하는 숨바꼭질 위협을 거듭해온 동해안 미사일도 잠잠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김일성 101회 생일(15일)처럼 인민군 창건일에도 미사일과 기계화부대 등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말을 통한 대남 대미 비방전은 이어지고 있다.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이날 개인 필명의 논평에서 ”남조선 괴뢰들이 진심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반공화국 도발 책동을 중단하고 그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며 종래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북침전쟁 책동이 계속되는 한 조미(북미)대화든 북남대화든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진정으로 우리와 마주 앉아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 의향이라면 국방위 정책국 성명에 지적된 대로 우리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방위는 18일 성명에서 대북제재 철회를 비롯해 △모든 도발 중지 및 전면 사죄 △핵전쟁 연습 않는다는 확약 △남조선과 주변 지역에서의 전쟁수단 전면 철수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국방위보다 격이 낮은 민주조선 개인 필명으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은 대화에 응하는 대신에 한미에 공을 넘기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달 11일 북한에 제기하려는 사안이 있으면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공개 표명했으며 이런 입장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대화제의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 독수리연습이 끝나는 30일까지는 종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에는 법적 요건이 맞지 않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 대신에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특별대출과 지방세 납부기한 연장 등 범정부 차원으로 입주기업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에 근로자 철수와 통행제한 조치를 철회해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25일 0시 기준으로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남측 근로자는 177명(중국인 1명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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