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지안에 첫 개관… 미리 가보니 “한무제가 고구려현 설치해 관할에 둬”
中의 지방정권이라는 주장 집중부각… 고구려와 한반도 관련성은 설명안해
중국이 5월 1일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에서 첫 고구려 박물관인 ‘지안박물관’을 정식 개관하면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핵심 내용을 일반에 본격 알리기 시작해 논란이 예상된다.
동아일보는 이달 초부터 임시 개방한 박물관을 최근 고구려사 전문가와 함께 찾아 박물관 전시에서 드러난 ‘고구려사 왜곡’을 심층 분석했다. 박물관은 2003년부터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문을 열었다. 북한 접경 도시인 지안은 고구려 2대 유리왕부터 20대 장수왕 때까지 425년(3∼427년)간 수도였으며 1만2000여 기의 고구려 고분이 있다. 광개토대왕비도 이곳에 있다. 박물관은 2개 층에 걸쳐 6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 유물 전시와 설명에서는 고구려와 한반도와의 관련성을 거의 설명하지 않아 한국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금세 눈에 띄었다. 고구려가 수(隋)나라 당(唐)나라와 벌인 대규모 전쟁, 고구려 유물이 한반도에서도 무더기로 나온다는 역사적 사실 등이 대부분 거론되지 않았다.
반면 전시물 설명이나 각종 유물 배치, 연표 작성 등에서 고구려가 중국 중원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중원과 융합돼 있었다는 것만이 집중 강조됐다. 이는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표현만 없다뿐이지 동북공정의 핵심 내용을 철저히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동행한 전문가는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고구려 역사는 중국 역사라고 인식하게끔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02년부터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동북공정을 진행해, 한국 정부와 학계가 항의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학계 일부의 학문적 논의에 불과하며 국가정책이 아니다. 한국 측이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하지만 박물관이 문을 열어 ‘동북공정의 대중화’에 나섬에 따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조법종 교수는 “한국 학계가 우려해 온 대로 중국 정부가 고구려 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동북공정의 연구 결과를 속속 현장에 적용해 동북공정 굳히기에 나서는 만큼 한국 측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학계는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헤이룽장(黑龍江) 성 닝안(寧安) 시의 발해 수도였던 상경에 건립 중인 ‘발해박물관’도 발해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주장을 담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 동북공정(東北工程) ::
2002∼2007년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과 지린 성, 랴오닝(遼寧) 성, 헤이룽장 성 등
동북 3성 사회과학원이 동북변강지역(만주)의 역사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 한국 학계 등은 중국이 고구려사
발해사 고조선사 부여사 등 한국 고대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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