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문가가 본 일본 우경화]<상> 사도 아키히로 주쿄대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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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외교에 취한 아베, 과거 사죄담화 모두 고치려할 것”

사도 아키히로 교수가 28일 도쿄(東京)의 동아일보 지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우향우 하는 일본’을 진단하며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사도 아키히로 교수가 28일 도쿄(東京)의 동아일보 지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우향우 하는 일본’을 진단하며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각료뿐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의 우경화 격랑이 커지고 있다. 주변국의 반발에 대한 고려가 사라졌다. ‘일본 왜 이러나’라는 우려가 높다. 현재 일본은 어떤 상황인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일본의 전문가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진단한다.

사도 아키히로(佐道明廣) 주쿄(中京)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28일 “현재 일본의 정치계는 우익의 목소리만 들린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배려는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사도 교수는 이날 도쿄(東京) 동아일보 지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의 위협 그리고 ‘잃어버린 20년’으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사회 불만을 가진 일본인이 늘어나면서 내셔널리즘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도 교수는 “과거사를 부정하고 각료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하게 두둔했던 아베 총리는 과거의 저자세 외교에서 탈피하고 자신의 지지층을 더 결집시키기 위해 강한 외교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아베 총리가 드러내 놓고 과거사를 부정하는 것 같다.

“신사 참배 문제는 나눠서 봐야 한다. 의원 168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지만 아베 총리는 직접 참배하지 않았다. 총리 관저 브레인들이 ‘총리 외상 관방장관 세 사람만 참배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판단한 것에 따랐다. 문제는 그 후 아베 총리가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강하게 말한 것이다. 너무 나갔다. 여기에 대해선 미국까지 문제를 지적했다. 아베 총리 스스로도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아베 총리의 행보를 어떻게 생각하나.

“한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헌법 개정에 대해 60% 정도가 찬성했다. 절반 정도는 아베 총리의 의견에 찬성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일본의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맞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북한과 중국의 존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은 ‘위협’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 미사일과 중국의 세력 확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런 분위기가 우익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두 번째는 ‘잃어버린 20년’이다. 소득 격차가 커지고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늘어났는데 그런 불만이 쌓이면 내셔널리즘이 일어나기 쉽다. ‘한국과 국교를 단절해도 좋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사도 교수는 ‘우익’ 대신 ‘보수’라는 말을 사용했다. 일본에선 사상적으로 보수지만 극단적으로 정치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우익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 언론이 아베 총리를 우익 혹은 극우로 표현하면 일본인 대부분은 반발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평화헌법 개정, 과거사 부정을 주장하는 일본인을 우익으로 표현한다고 설명한 뒤 한국식 의미로 용어를 통일했다.

―최근 우경화의 정도가 너무 심해진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를 보낼 때만 해도 아베 총리는 한국에 정중한 예의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경제가 좋아져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자 배려가 부족해졌다. 거기에 아베 총리의 브레인층이 두껍지 않다. 다니구치 도모히코(谷口智彦) 내각 심의관 등이 아베 총리의 외교를 떠받들고 있는데 그들은 ‘일본의 자부심을 되돌리자’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다.”

―아베 총리는 과거 담화들도 모두 부정하는 것 같다.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은 한국 중국에 외교적으로 너무 약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지지층도 ‘역사 문제 때문에 일본의 발이 묶여 아무리 일본이 선의를 베풀어도 비난당한다’고 여긴다. 일본이 저자세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게 그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아베 총리는 과거 담화를 모두 고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단번에 모두 고칠 수는 없다. 한국 중국의 반발도 있고 도쿄재판소의 기존 판결도 걸림돌이다. 미국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봐 가며 서서히 수정할 것이다.”

―새로 나올 ‘아베 담화’를 어떻게 예상하나.

“미래 지향적인 담화라고 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과거 담화를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역사 교과서 작업 시 이웃 나라를 배려한다’는 미야자와(宮澤) 담화는 아베 정권이 교과서 검정 기준의 근린제국(近隣諸國) 조항에 대한 수정 작업에 나서면서 벌써 사문화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왼쪽에 서 있는 정치인은 없는 것 같다.

“2009년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긴 후 리버럴 노선을 취했다. 소위 좌익 노선이다. 하지만 작년 총선 결과가 보여주듯 일본 국민은 민주당 정권에 크게 실망했다. 지금 일본 정치 속에 리버럴은 마이너스 가치로 분류된다. 그 가치를 표방하는 사람이 없다.”

―좀 위험하지 않나.

“위험하다. 일본 정부는 전략 외교를 주장하며 중국에 대해 다이아몬드(호주, 미국 하와이, 인도, 일본을 엮는 ‘다이아몬드 안전보장’)로 포위하고 있다. 28일 아베 총리가 러시아로 떠나고 아소 부총리가 다음 달 초 인도를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 대해선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이 대립하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일한 대립이 심해지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일본이 제외될 수도 있다.”

―전망은 어떤가.

“아베 총리는 강경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강한 자세를 보이는 게 지지자들에게 화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일 간 외교적으로 어느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하는데 타협을 모색할 기회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국 국민에게 한마디한다면….

“일본을 너무 극단적으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헌법 개정이라는 말이 나오면 ‘일본이 군국주의로 흐른다’고 우려하는데 50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전쟁 포기를 선언한 헌법 9조 개정에 찬성하는 사람조차도 군국주의와 징병제에 대해선 대부분 반대한다. 조금 냉정하게 일본의 움직임을 봐 줬으면 한다.”

사도 아키히로 교수는

△1958년 후쿠오카(福岡) 현 출생
△1983년 가쿠슈인(學習院)대 법학부 졸업
△1989년 도쿄(東京)도립대 정치학 박사
△1998년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
△2004∼현재 주쿄(中京)대 종합정책학부 교수

도쿄=박형준·배극인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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