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개성공단 소속 북한 근로자의 임금 지급 등을 놓고 이틀째 협상을 이어 갔으나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협상 때문에 개성에 잔류한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 등 7명의 귀환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북한이 3월분 임금과 과거 체불 임금, 통신료, 세금 지불을 요구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명세를 제시하지 않아 남북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협상에서 ‘미수금’이라고 주장한 돈의 대략적인 총액만 언급한 채 세부 항목별 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제시한 총액은 한 달 치 임금 717만 달러(약 79억4000만 원)를 약간 웃도는 800만 달러(약 88억3000만 원)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관리위는 북한에 미수금의 구체적인 명세를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미수금을 지불하는 대신 3월 조업으로 생산한 완제품과 재고로 남은 원·부자재를 실어 나올 수 있게 하라고 요구 중이다. 3월 임금은 지불하면서 같은 기간에 생산된 제품을 못 가져가게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주 업체들에 개별 사업장의 미지급금 명세를 제출하도록 요청해 놓은 상태다. 북한의 요구액과 대조하기 위해서다.
정부 당국자는 “비록 가동 중단의 책임이 북한에 있지만 남북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모범을 우리가 보인다는 측면에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줘야 할 돈은 다 주겠다’는 뜻이다. 다만 세부 항목의 액수를 대조하는 과정 때문에 2, 3일간 협상이 길어질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개성공단에 잔류한 7명 중 1명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족과 오늘도 통화했고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제(4월 29일) 협상이 길어져서 자발적으로 남겠다고 결정했고 가족도 잘 이해해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위 소속 5명과 통신요원 2명은 모여서 식사를 함께 하고 있으며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고 전했다. 식수와 식재료도 아직 여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력이 모두 철수하고 나니 공단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하다. 특별히 묘사할 상황조차 없다”고 전했다. 개성공단과 서울은 KT 국제전화 회선으로 연결돼 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30일 논평에서 “괴뢰들이 개성공업지구마저 완전히 깬다면 민족이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의 남북대화 무산에 따른 잔류 인원 전원 철수 결정에 대해 “괴뢰들이 고의적으로 개성공업지구를 깰 잡도리(대책)를 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특강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원칙은 유효하다”면서도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북한의 요구에 정부가 조금이라도, 눈곱만큼이라도 응하는 모습을 보이면 남북관계는 (예전의 악순환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우리 정부 비난에 대해서도 “60년 동안 수도 없이 들었던 것으로 정부가 눈 하나라도 깜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북한이 잘못 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중국의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철수시킨 북한 근로자 중 3분의 2는 농촌 등지에, 3분의 1은 다른 봉제공장에 신속히 재배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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